너는 죽어야 한다(다윗과 다른 요압)
압살롬이 이끄는 반란군과의 최후의 일전을 겨룰 그날이 밝았다. 장졸들이 모두 도열해 섰다. 군대를 셋으로 나누어 나 요압과 동생 아비새와 가드 사람 잇대가 각각 삼분의 일씩을 맡았다. 출전에 앞서 왕은 자신도 반드시 우리와 함께 출전하겠다는 것을 모두가 만류했다. 반란군의 목표는 오직 왕 하나여서 너무도 위험해 성에 머물다 돕기를 청했고 왕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왕은 출전에 앞서 모든 지휘관과 장졸들에게 “나를 위하여 어린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왕을 이해할 수 없다. 아직도 왕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반란군은 왕 하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왕은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하라고 한다. 그 말은 압살롬을 죽이지 말라는 것인데 그 놈을 죽이지 않으면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그 녀석 하나를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나고 그 녀석은 더 이상 이 땅을 살아갈 자격이 없다. 내 앞에 압살롬이 나타나면 나는 그 녀석을 열 번이라도 죽일 것이다. 왕은 그 절박한 순간에 왜 그토록 출전하는 우리에게 부담스러운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이 모진 고통을 겪는 것이 그 녀석 때문임을 뻔히 알면서 그런 명령을 내리는 왕이 오늘은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싸울 기분도 생기지 않는다.
압살롬이 왕이 되려하는 야망을 나는 누구보다도 일찍 감지해 왔고 그가 왕이 되기를 원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왕에게 사면 요청을 했고 그를 데려오기 위해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녀석을 왕을 만들려 누구보다 애쓴 사람이 나다. 그런대도 녀석은 나에게 일언반구(一言半句) 말도 없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이백 명을 초청하면서 나를 제외시켰다. 물론 나를 초청했다면 나는 이런 일은 목숨을 걸고 말렸을 것이다. 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밖에 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왕도 이번 일에 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 후계자를 선정하는 일을 끝없이 미루기만 하니 이런 일들이 생겨난다. 확실하게 정하고 시간표를 정해 놓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을 때를 놓쳐서 안 해도 될 고생을 자신과 모든 백성에게 시키고 있다. 왜 내가 그토록 간곡히 요청을 해도 왕과 그 녀석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인가. 내가 결정적으로 압살롬에게서 마음을 거둬들인 것은 아버지에게 창과 칼을 들이대는 인륜(人倫)을 거스르는 용서 못할 반역의 순간이었는데 더하여 아버지의 후궁과 만천하에 동침한 소식을 듣고서는 이제는 이 땅을 살아갈 만한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라는 것을 스스로 선언한 셈이어서 더욱 왕의 처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진압군과 반란군은 마하나임 근처 에브라임 수풀에서 맞붙었는데 전장이 넓고 숲이 우거져 있어 경험이 적은 반란군이 대패했는데 칼에 죽은 이보다 수풀에 걸린 것이 원인이 되어 죽은 이들이 훨씬 많았다. 압살롬은 진압군들과 마주쳐 달아나던 중 가지가 무성한 상수리나무 아래를 지나다 머리카락이 그 나무에 걸려 노새는 통과하고 그는 공중에 매달린 형태가 된 것을 한 사람이 나에게 보고해와 내가 그를 책망하고 지체 없이 달려가 살아있는 압살롬의 심장을 찌르고 내 무기든 청년 열 명이 그를 에워싸고 쳐 죽이므로 전쟁이 끝이 났다. 너무도 짧은 순간이라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도 압살롬에게 말해주고 싶다. “왕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자랑스러워 했는지 아느냐고, 너 같은 녀석은 절대로 왕이 되면 안 된다고.”
나는 왕의 명령을 어겼다. 왕은 아들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고 평생 동안 나를 미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진압군 장수로서 그를 죽인 것을 조금도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상황이 한 번 더 되풀이 된다고 해도 꼭 같이 행동할 것이다. 거꾸로 왕과 나의 입장이 바뀌고 왕이 장수로서 적장을 죽이지 않았다고 하면 나는 그의 목을 칠 것이다. 설령 그 녀석을 해하면 사형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장수로서 적장의 목을 칠 것이다. 사실은 왕은 내게 크게 고마워해야 한다. 왕의 부탁대로 압살롬을 살려두면 언젠가는 왕이 그 녀석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한번 칼을 들이대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죽이려 하던 그가 불만이 쌓이고 왕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왕에게 반역을 꾀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를 이번에 처단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선례(先例)가 될 뿐 아니라 두고두고 큰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의 바람은 없다. 전쟁터를 누빈 것도 벌써 수십 년이 되고 오랜 기간 군대장관을 했다. 나도 쉬고 싶다. 때로는 왕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적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군인으로서 나의 강직함 탓이었을 것이다. 단 한번 백성들이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면 아브넬을 살해한 일일 것인데 그것은 동생 아사헬을 너무도 그리워해서였다. 그를 보자 참을 수 없는 울분과 복수심이 솟구쳤다. 나는 그 일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압살롬을 죽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반드시 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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