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하얀 집의 왕

변두리1 2018. 8. 28. 16:29

하얀 집의 왕

- 높은 담 안에서 행해지는 독재 -

 

  저자는 교정공무원이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전후해서 한동안 광주교도소에서 근무한 듯하다. 제목이 상징하듯 담 안의 왕으로 군림하는 교도소장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교도소 직원들, 인간이하로 다루어지는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진즉에 없어졌어야 할 구시대 인물인 소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작태들과 양심수들의 투쟁이 그려지고 있다.

  교도소장 최건석은 부임해 오는 첫날부터 자신의 휘하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기선제압 혹은 길들이기에 들어간다. 직원들을 줄 세워 타박을 하고 고질적인 삼품검사를 한다. 마치 군대에서 신병들에게 얼차려를 주려고 점호에서 트집을 잡는 것과 같다. 직원들에게 인격적 상처를 주고 지휘봉으로 쿡쿡 찌르기까지 한다.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는 게다. 직원 한 사람에게 지휘봉을 잡히고 곤경에 처하나 그에게 불이익을 준다.

  이 시절 내세운 국정지표가 정의사회구현이요, 이런 교도소장 유의 인물들이 멸사봉공, 완전무결, 진충보국 같은 생활신조를 주로 내세운다. 그는 취사장에 들러 꼼꼼하게 살펴 여러 가지를 지적한다. 겉으로는 재소자들을 위한다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들은 사익을 챙기려는 탐욕이다. 이권이 있는 곳마다 뇌물을 기대하고 인사권을 휘두르며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직원들을 길들여 나간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여직원들을 휴일에 출근시키고, 옷걸이를 만들려고 오래된 향나무를 옮겨 심어 일부러 죽인 후에 자신이 가져간다.

  재소자들은 착취의 대상일 뿐이요 인격적 대우는 고려하지 않는다. 학생재소자들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비롯한 양심수들이 취할 수 있는 투쟁방식은 단식이 유일하다. 교도소장에게 그들은 골칫거리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요구사항은 무시되고 지도라는 재소자 중에서 선발된 폭력배들을 통해 온갖 위해를 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 고문과 징벌이 행해진다. 저항하는 이들을 방을 옮겨 놓으므로 방해하고 무력화시킨다. 직원들을 통한 회유와 협박도 빼놓지 않고 재소자들의 권리인 소장면담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이전 노력은 무시된다.

  소장에 의해 불이익을 당한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재소자 부식을 맡았던 교사가 사표를 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소장의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협박한다. 교사 집에 직원을 보내고 회유에 나서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협상을 통해 거금을 주고 해결한다. 자신의 힘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나 그것마저 쉽지 않다.

  부석과 관연, 그들은 재소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단식투쟁에 나선다. 그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여러 수단을 가진 소장과 단식밖에 방법이 없는 그 싸움은 결과가 정해진 것과 같다. 불합리한 징벌과 규칙 무시로 관연이 죽는다. 폭력과 무시를 앞세운 냉혈한 앞에 정의와 인권을 위한 맞섬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본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을 향한 한없는 아부와 비굴함이 꽁초와 재떨이를 다루는 소장의 희극적인 행동에서 나타난다. 그가 교무과장에게 사회견학 장소로 추천하는 곳이 대통령이 하룻밤 머문 마을이다. 그 마을 이장은 그 집을 보존하고 먹던 상과 잠잔 방을 유적처럼 관리하고 그 방은 사용하지도 못한다. 아래가 너무도 분명하고 그 기준은 권력이다.

  암울했던 한 시대에 구시대의 청산대상인 탐욕과 폭력에 물든 교도소장 최건석을 통해 그 시대와 담 안의 비민주성을 고발한다.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그들은 합법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법을 가장한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다. 그들의 영향력 안에 있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힘을 오히려 그들을 못 살게 하고 착취하는 일에 사용하는 게다. 이런 환경을 만나면 다수의 사람들이 분노하지만 자신들의 처지와 무력을 한탄하면서 받아들이고 만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떤 이들은 힘 있는 이들 편에 붙고 그 논리를 만들어 낸다.

  안타깝게도 외부로 드러날 때는 폭력을 앞세운 이들이 제시된 목표에 더 가깝고 질서정연하고 효율적 것으로 보인다. 민주적이요 바람직한 방향을 택한 이들은 조금은 무질서하고 효과도 미미해 보인다. 폭력과 비민주성의 유혹이다. 편법과 탈법적인 행위와 그 일의 묵인 혹은 관여는 요령과 처세라는 명목으로 은연중에 권장되어진다. 이 일에 반발하고 내부고발이라도 할라치면 뭘 모르는 꽉 막한 사람으로 취급되고 단체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여겨진다.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는 듯하다.

  글쓴이도 쉽지는 않았겠다. 특정한 기간이니 관계된 이들은 이야기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게고 좋지 않게 기술된 이들의 항의나 불편함도 적지 않았을 게다. 그 용기를 기억하고 싶다. 현실을 부릅뜬 눈으로 직시할 뿐 아니라 기록해 나가는 이들이 필요하다. 또한 힘 있는 이들에 맞서 바르게 살려는 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이들에 의해 역사는 한 걸음씩 햇살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일 게다.

  이제는 왕들의 시대가 아니라 심부름꾼으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구성원들의 시대다. 글쓴이의 용기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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