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물음표 혁명

변두리1 2018. 2. 17. 20:38

물음표 혁명

- 교사 김재진이 외치는 생활혁명 -

 

   책 제목부터 과격하다. 물음표로 무슨 혁명까지 얘기할까, 읽어보니 그럴만하다. 현대인들이 더욱이 학생들이 생각을 고정시키는 마침표로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우고 산단다. 그의 표현대로 전두엽을 꺼둔 채로 살아간단다. 머리에는 물음표를 꽂고 가슴에 느낌표를 채우며 살라는 것이 그의 외침이다. 오늘날 삶의 환경이 물음표를 꽂기 어렵단다. 이미 전두엽을 닫은 채로 살게 하는 요소가 우리 삶을 가득 둘러싸고 있어 의식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삶을 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텔레비전과 컴퓨터, 스마트폰을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걸 방해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지목한다. 우리는 그들을 문명발전의 총아로 여기며 아끼고 있는가. 그들을 제외하고 우리의 삶을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그들을 이용한다기보다 그들에게 사로잡혀 산다고 함이 옳을 듯하다. 스마트폰은 온갖 정보와 편리한 것들이 집약되어 있어 하루 24시간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산다. 깨어 있을 때에는 손안에 없으면 불안해 하는 이들도 많다. 이것들을 멀리하는 생활을 하라는 권유에 선뜻 동의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가 물음표를 꽂으라는 건 전두엽을 켜라는 말인데 전두엽을 설명하기위해 뇌의 구조를 알려준다. 가장 먼저 발달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뇌간을 파충류 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서 파충류뇌라 일컫고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포유류에서 가장 발달되었다고 하여 포유류뇌라 부르고 있다. 그들과 달리 가장 늦게 발달한 대뇌신피질은 인간과 영장류에게서 볼 수 있는데 이성과 사고의 기능을 담당하며 이성뇌, 사람뇌라 부른다. 이 대뇌신피질의 일부가 전두엽이다. 이 전두엽은 의식적 활동을 담당하고 정보들을 모아 최종 결정을 내린다. 심하게 말하면 전두엽을 자주 사용하지 않고 대뇌변연계까지 쓰는 이들은 포유류 수준의 삶을 산다고 하겠다.

   글쓴이는 마침표를 주로 사용하는 이들을 마침표종이라 이른다. 이들은 생각하는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사람다움의 특징을 잃어버리고 살아 삶이 밋밋하고 재미가 없으며 무기력하고 부정적이다. 반면에 물음표종능 많은 이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물음표를 단다. 그들은 정말 그럴까, 다르게 볼 수는 없나, 그것이 최선인가,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다른 방법은 전혀 없을까 같은 질문을 수시로 던져 사고를 확장하고 물음을 이어간다. 그들은 생활에 불편을 줄이며 현대의 많은 편리한 도구들이 그들의 물음에서 만들어졌다.

   물음을 던지는 게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길이다. 뇌간이나 대뇌변연계는 우리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제 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전두엽은 그냥 두어서는 활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흩어지고 쇠퇴해간다. 인간의 신체는 자주 대응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데 길들여지고 확장되어진다.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고 집중할 때 중독이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중독이 될 수 있다. 순화해 말하면 습관이 된 것인데 그것은 마음이 그곳에 있고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니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마음을 차단하기 어렵다면 공간 곧 환경을 제거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저자는 물음표를 꽂는 일에 언어의 역할을 눈여겨본다. 그 중에서도 한자의 기여가 상당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언어가 특히 한자가 시대의 산물이요 집단지성의 표현이며 긴 세월을 거쳐 사용자들의 수긍을 확보한 결과물이라는 면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

   그가 마침표와 물음표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는 부호의 모양을 마침표를 단단한 생각의 씨앗으로 물음표를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씨앗에 균열이 생기게 하여 자라나는 형상으로 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느낌표는 그런 과정을 거쳐 씨앗을 부수는 몽둥이며 씨앗에서 꼿꼿이 자라난 풀과 나무의 눈에 보이는 모습이다.

   지은이의 살아온 삶이 물음표혁명이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원하던 대학에 떨어진데다 어려운 가정형편까지 합세하여 그를 철도대에 밀어 넣는다. 졸업과 함께 시작한 직장생활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가 어느 모임에서 물음표를 만나고 느낌표를 경험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춤이라 생각하고 한 때 몰입하지만 최종적인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 직장을 옮겨보려 시도하다 마침내 원하는 것이 초등교사라고 확신한다. 짧은 기간 망설임 끝에 직장을 사직하고 그 해 수능에 실패하나 재수를 거쳐 한국교원대에 입학하고 정해진 과정을 거쳐 초등교사가 된다.

   그때까지 두 번의 개인적 혁명을 겪었지만 학생들을 대하면서 자신의 참 모습을 본다. 생각처럼 쉽지 않은 교육, 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의 삶, 서서히 그 원인을 찾아내고 그 일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이 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 일에 몰두하면서 생활이 전반적으로 달라진다. 물음표혁명을 이루기 위해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그가 지금까지 이룬 일도 적지 않겠지만 그의 혁명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에 더 큰 기대를 걸게 한다. 그가 세운 목표를 따라 하나씩 이루어 갈 것이다. 나도 물음표혁명을 시작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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