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호모 코뮤니타스》를 읽고

변두리1 2016. 7. 20. 17:43

호모 코뮤니타스를 읽고

-공동체 인간, 돈의 달인-

 

   글쓴이 고미숙은 현대인들이 돈에 대해 두 가지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탐닉하거나 초월한 듯 무관심하거나’. 우리가 부유하든 가난하든 돈을 떠나서 살아갈 수 있을까? 사회 자체가 자본주의(資本主義)”인데 돈과 무관하게 사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 대다수가 돈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현대인에게 돈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지라도 그 가까이에 가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종교에서는 소유욕을 경계한다. 성경도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쉽다고 하고 불교는 무소유를 내세운다. 옛 선비들이 즐겨 내세운 것도 안빈낙도(安貧樂道)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현실은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돈에 목매어 노예처럼 살아가는가.

 

   글쓴이는 우리의 모습이 잉태부터 무덤에 들기까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선조들은 임신 후에도 병원에 가는 일이 흔치 않았다. 하긴 병원이 도입된 것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은 출산까지 수시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수많은 검사를 하고 출산은 당연히 병원에서 한다. 우여곡절을 거쳐서 한평생을 살고는 병원에서 임종을 하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땅의 마지막 행사를 치른다. 그러니 병원비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보험을 들지 않는 것은 어리석거나 야만인으로 취급될 뿐이다. 아이는 출산에서부터 출산용품과 유제품 이유식 학습지 영재 프로그램 등의 상품과 경제생활에 진입한다. 청소년기는 꿈과 희망의 시기라기보다 상품마케팅의 주요 대상이 되는 시기(하기는 인생의 전 과정이 타깃)이며 사교육의 황금기이다. 대학의 선택기준이 돈과 연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대학의 학생 선발과 교과과정까지도 기업이 영향을 미치려 한다. 그러니 대학을 취업을 위한 훈련소나 학원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토익과 취직을 위한 시험 준비일 뿐이다. 취업도 힘들고 정규직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 30대에 정규직이 되었다고 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빚이 늘어난다. 노후가 되어도 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생 돈에서 자유롭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한 방이다. 그러나 태과(太過)는 불급(不及)만 못하다는 것이 동양의 우주론의 핵심이다.

   크게 한 방을 노리는 것은 거품이다. 이런 거품에 중독되면 존재자체가 거품으로 산산이 흩어질 때까지 망가져간다. 한 방 커다란 거품을 기대하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삶의 공간인 집을 사는 곳(Living place)이 아닌 사는 것(Buying thing)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가족 수와 무관하게 점점 더 큰 아파트를 원하게 된다. 적은 가족이 큰 공간에 거하니 몸으로 부딪는 일이 없고 따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가족으로서 정이 들지 않는다. 집이 아파트로 획일화되다보니 사고방식도 살아가는 모습도 다양성을 잃고 자동차도 옷도 생활도구도 허한 마음을 메우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그 일에 또 많은 돈이 든다. 예전에 가능하면 빚지지 않으려하고 빚이 있으면 빨리 갚으려 하던 생활모습이 카드와 함께 달라졌다. 누구나 언제나 빚을 낼 수 있고, 얼마나 빚질 수 있는가를 신용의 척도로 여기기도 하며, 학자금 대출과 주택융자를 비롯해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가하면 보험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을 필두로 얼마나 많은 보험을 현대인이 들고 있는가는 영상과 문자매체들의 광고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대출과 보험으로 우리는 매달 허덕이고 있다. 현대인은 또한 그 헛헛함을 쇼핑과 회식으로 잊으려 한다. 쇼핑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인간관계를 회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 모두가 소비행위로 이어진다.

   이 휘몰아치는 돈의 소용돌이로부터 벗어나려면 돈에 대한 공부를 바탕으로 돈에 대한 인식과 철학 그리고 돈 사용의 우선순위를 확립해야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활약하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대학보다 직장과 현실을 통해 더 잘 배울 수 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유산으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벌어보아야 하고 밑바닥에 내려가 보고 알거지도 되어보아야 한다. 그런 경험은 노년보다는 청년기가 적당하니 부모가 가난하여 스스로 고생을 해보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고 할 수도 있다. 돈을 소유하기 전에 필요한 것이 마음과 몸을 통제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많은 재화(財貨)는 위험한 재화(災禍)가 될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도리어 빚 안지고 살기, 절약하며 살기, 몸으로 땀 흘리며 살기,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살기, 공부하며 살기, 화폐가 아닌 무형의 가치를 개발하며 살기 같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삶의 자세가 더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글쓴이는 돈이 없어지면 더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교환보다는 증여가 더 바람직한데 증여란 큰돈이 오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이라고 말한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 한 가지는 공동체다. 그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호모 코뮤니타스일 것이다. 이 시대의 자본주의적 돈의 광풍을 막아내고 공부와 삶을 해결하는 나름대로의 대안이 공동체, 나아가 공부하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해 아래 모든 생명체는 그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받는다. 태양은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베푼다. 태양처럼 베푸는 것, 대가 없이 주는 것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한다.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순수증여다. 그 순수증여는 그 자체가 곧 선물이어서 존재가 곧 선물이다. 책 뒷부분에 기록한 어떤 이는 돈관리가 공간관리이여 사람관리임을 증언하고 있다. 돈을 잘 관리하면 신뢰감을 줄 수도 있고 신실한 사람이라는 증거도 된다. 그는 애물(愛物)이 애인(愛人)이라고 한다. ()는 아낀다는 뜻이니 물건을 아끼는 것[절약(節約)]이 사람을 아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차가 없을 수는 없다. 서로의 돈을 비교하게 되면 자만이나 불평이 생기고 잘못된 행복과 불행을 느낄지도 모른다. 돈은 가치중립적이고 생활에 유용한 도구다. 돈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과 철학을 정립하여 빈부를 떠나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누리며 살 일이다.


'책과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흉터  (0) 2016.07.29
나 하늘로 돌아가네   (0) 2016.07.21
지성에서 영성으로   (0) 2016.07.14
화성남자 금성여자  (0) 2016.07.11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0) 201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