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할례 언약식(아브라함)
하나님의 명령은 흐지부지 될 수 없었다. 나는 그분의 명령에 따를 뿐이 다. 아내 사라는 걱정을 했어도 가문의 남자들은 어느 정도 반발과 논란은 있었지만 수습이 되고 모두가 할례를 받고 하나님의 언약을 받아 거룩한 백성에 속하기로 했다. 날짜가 정해지고 간단하지 않은 준비들이 속속 진행되어 마침내 집단 수술을 행하는 날이 왔다. 다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의 인사를 건네고 웃음을 보여도 긴장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내 가문에 속한 모든 남자들이 같은 날에 활동하기 힘든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러한 순간에 외부의 침략이 있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인원만 해도 오백여 명 가까이 되는데다 네 팀으로 나누어도 하루 종일 걸리는 일이었다.
나는 긴장한 채로 앞에 나서서 모두를 자리에 앉게 하고 아래와 같이 의식의 의미를 설명하고 유의사항을 전했다.
오늘 우리가 행하는 의식은 우리 마음대로 혹은 내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다. 여러분 모두의 선택에 따른 결정
이니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의식은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그분이 우리 하나님이 되신
다는 서약이니 거룩하고 경건하게 행해져야 한다. 적지 않은 고통
이 따르겠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서 소리를 밖으로 내지 말라. 이
때에 외부세력이 침략하면 모두 죽으니 그런 일이 없도록 그분께
간절히 기도하라.
의식은 아이들부터 행해졌다. 출생 후 팔일이 기준이어서 영아도 있고 유아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일과 그 작은 생식기를 거죽만 조금 베는 일이 어려웠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자지러들듯 울어대고 아비들은 초조하고 함께 하지도 못하고 타처(他處)에서 기다리는 어미들은 속이 탔다. 아이들을 마치기도 전에 시술자들은 온 몸이 땀에 젖었고 청소년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의식을 마친 영ㆍ유아들을 아비들은 황급히 어미들에게 데려다 주느라 분위기는 산만했다. 영ㆍ유아들의 시술이 끝나자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극도의 긴장(緊張)과 집중(集中)에 따른 땀과 피로와 어수선한 분위기로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다음은 청소년들의 차례였다. 이들 속에는 이스마엘도 끼어 있었다. 시술자들은 물 한 잔씩을 마시고 돕는 이들과 함께 시술에 들어갔다. 청소년들은 긴장한 채 침착(沈着)을 유지하려 했지만 날카로운 돌로 예민한 생살을 잘라낼 때에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고 순간적인 아픔을 겪고 나면 억지로 떼어낸 살의 통증 때문에 길길이 뛰며 손으로 눌러 지혈을 하면서 숙소로 달려가곤 했다. 아브라함의 지경(地境)에 있는 여러 숙소에서 처절한 비명과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시술이 끝났을 때에는 오후가 한참 지나고 있었고 아직도 삼분의 이 이상이 남아있었다.
다시 한 번 짧은 휴식을 취하고 청장년들을 시술했다. 긴장한 것은 같았지만 그들은 살이 잘리는 순간에만 짧은 비명을 뱉었다. 그들은 의연했으며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일어나 시술자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고 이를 악물고 숙소로 조금 빠르게 걸어갔다. 청장년의 수가 워낙 많아서 쉬지 않고 시술을 해도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들 중에도 어떤 이들은 참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긴 전투처럼 청장년들의 시술을 마치자 마침내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왔다. 이제는 시술자들과 지도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너무도 피곤했지만 그날을 넘길 수 없었고 그 고통스런 일을 다음날까지 연장하고 싶지도 않은데다 본이 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서 무리가 될지라도 마쳐야만 했다.
횃불을 밝히고 휴식 없이 마지막 남은 이들의 시술을 서둘렀다. 모두가 돌아가고 자신들 뿐이었다. 그들은 시술을 받고도 돌아가지 못하고 그 상태로 다시 시술해야 했다. 자신도 피를 흘리며 생살을 자르는 그들은 서로가 고통스러웠고 먼저 행한 다른 이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생살이 잘리는 순간에도 입만 벌릴 뿐 소리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할례를 마치고 그들은 서로를 치하하며 뒷정리를 했다. 입을 다물고 혀를 깨물면서도 서로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날은 지도자들이 경계를 섰다. 나도 고통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감사했다. 한 사람의 이탈자도 없이 따라준 이들이 고맙고 자신들의 결단을 거쳐 하나님의 백성들로 거듭난 것이 뿌듯했다. 이제는 모두가 더욱 견고하게 하나가 되었고 운명공동체이자 신앙공동체로 탈바꿈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 위해 결단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도 알았고 이들의 지도자로서 내 어깨가 더 무거워짐을 느꼈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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