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각

선한 이웃들

변두리1 2014. 7. 2. 01:50

선한 이웃들

 

  얼마 전 어려움을 당한 후배목사에게 들은 이야기다. 전기누전으로 화재가 일어나 교회와 사택이 전소되어서 동네 경로당에서 임시로 기거하고 있는데 그 딱한 사정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은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지만 듣는 나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사연들이 있었다.

 

  가까이에 평소에 어렵게 사는 것을 서로 알고 지내는 교단이 다른 한 목회자는 한 달여 사이에 세 번이나 찾아와서 격려도 하고 거의 생활비 전부에 해당되는 금액을 쥐어주고 돌아갔다고 한다. 사정을 뻔히 아는데 보나마나 아내가 어린이집에서 받은 월급일 거라고 했다. 자신들의 삶에도 더없이 필요한 돈을 앞에 두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의견의 일치를 보았을 그 부부. 하루하루가 불안해도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전해 주었을 순간들. 그것을 앞에 놓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을 후배목사부부. 전능한 그분이 더욱 돌보시고 갚아 줄 것으로 믿고 받았을 그 마음도 곱다. 비록 지금 모두가 힘들고 어려워도 한 형제요 자매임을 서로가 확인했으리라.

  후배목사의 자녀가 다니는 대학의, 딸이 속한 동아리에서도 어려움을 당한 것을 알고는 학생들이 어떻게 모았는지 수백만 원을 가지고 찾아와서 힘내라며 위로하고 갔다고 했다. 마음이 뜨거워져 왔다. 학생들의 한 주 용돈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들도 가지고 있던 것 모두를 털었거나 고향의 부모님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어린 학생들이라고 왜 돈 귀한 것을 모를 리 있을까.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가를 알았다는 것이 기특하다.

  일면식도 없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송금을 하고는 오히려 너무 적다며 미안해하더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격스러웠다. 세상이 삭막하기만 하거나 자기이득을 위해서 사는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나누는 이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한두 사람이 거금(巨金)을 보내 주는 것 보다 많은 이들이 선한 마음으로 조금씩 참여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을 듯하다.

 

  가까운 친구에게서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다. 그는 자립이 되지 않는 교회를 섬기며 신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아내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어느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지점토공예를 수강하고 그 물건들을 만들어서 그곳에 가져갔더니 처음 이야기와 다르게 하자(瑕疵)들을 지적하며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실망한 그의 아내는 당신 친구들에게 선물이나 하라고 남편에게 주었고 나의 친구는 기숙사에서 친구들을 모아 하나씩 나누어 주려 했다. 그런데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성가대 지도를 하고 있던 한 친구가 자신이 다 가지고 싶다며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 갔다. 함께 모였던 이들이나 내 친구도 의아해 하는 눈치였으리라. 한 주가 지나고 다시 기숙사에 친구들이 모였다. 그 친구는 자신이 속한 성가대에서 친구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원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면서 일반 판매금액 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전해주었다. 모두가 눈시울이 뜨거웠고 마음이 훈훈했다. 세상을 향해 상처받을 뻔 했던 내 친구나 귀한 일을 한 그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두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후배목사에게 화재사건이 알려진 후에 전혀 몰랐던 한 목회자로부터 위로의 전화가 왔었다고 했다. 그 후로 잊고 있었는데 다시 전화를 해서 성도들이 마음을 모았는데 세월호 사건이 있어서 두 곳으로 나누다 보니 적다고 하면서 거금(巨金)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후배에게도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제는 주변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고, 동네일에도 스스로 참여해서 즐거움으로 한 부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연세 많으신 사모님 한 분이 한 번 꼭 만나서 밥이라도 사주고 위로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위로와 격려들이 모여서 놀라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때에 후배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힘을 하나님은 왜 내게 주시지 않았을까.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물질적 도움보다는 함께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라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웃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마음도 물질도 아무 것도 나누지 못하고 살아온 듯해 부끄럽다. 서두를 것은 없다. 마음을 기울이면 언어도 행동도 자연스레 그렇게 나타나리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짧지 않은 기간 중에 나를 통해 작은 위로를 받을 순간이 왜 없으랴. 꼭 큰 기둥들로만 집이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건물로 존재하지는 않아도 설계도도 중요하고 측량도 빼 놓을 수 없고 땅속에 묻히는 정화시설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마음을 다해 행하면 눈에 띄든 숨겨지든 서로가 편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더 좋은 세상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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