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금병매
홍루몽과 자리를 바꿔가며 중국4대기서로 꼽히는 장편소설이다. 지은이는 정확하지 않고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서문경이라는 재력과 권력과 체력과 미모를 가진 호색한이 펼치는 방탕한 삶을 보여준다. 돈도 잘 쓰고 자신과 주변에 문제가 생기면 뇌물과 권세로 해결한다. 출중한 정력과 미모로 마음에 드는 여인들과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유부녀도 따지지 않는다. 신분도 무관하게 그 방면에 빼어난 안목으로 일관된 삶을 살다가 스님을 만나 비방 약까지 손에 넣는다. 그 약 때문에 오히려 생명을 잃는다. 서른세 살에 세상을 등지니 가문은 급격히 기운다.
책의 이름 금병매는 서문경이 가까이했던 부인들 이름에서 땄는데 다섯째 반금련에서 반. 여섯째 이병아에서 병, 반금련의 몸종 춘매에서 매를 따서 금병매가 되었다. 서문경은 아내만도 여섯이나 두었지만 그 외에도 수시로 맘에 드는 여인들과 엽기행각을 벌였다. 그와 눈이 맞는 여인들도 서문경의 재력과 권세에 용모에까지 끌렸는지 아니면 그런 기질들이 있었는지 그다지 저항하지 않고 함께 놀아난다. 그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고 극적인 여인 반금련을 중심으로 이 소설을 살펴보면 좋겠다.
반금련은 장대인 가문의 종이었는데 그 미모가 주인의 눈에 띄어 주인이 그녀에게 눈독을 들일 즈음에 본처에게 알려져 주인에 의해 그 도시에서 가장 못생긴 만두장수 무대의 처로 보내진다. 마치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된 당대의 미녀 아프로디테가 숱한 염문을 뿌리는 것처럼 반금련도 많은 이들의 집적거림을 받는다.
무대가 만두를 팔러나간 사이에 반금련이 집에서 잘못 떨어뜨린 물건에 그 거리를 지나던 서문경이 맞는다. 그녀를 바라보던 서문경의 눈에 불꽃이 일고 욕심이 솟구쳐 왕 노파를 찾아간다. 반금련의 옆집에 사는 노파는 찻집은 명목에 지나지 않고 주로 하는 일은 뚜쟁이다. 큰 게 한 건 걸린 셈이다. 그런 방면으로 도가 튼 노파는 노련하게 자리를 주선하고 두 사람을 엮는다. 자신의 수의를 만든다는 핑계로 금련을 불러내어 서문경과 붙여준다. 금련도 뺄 것도 없고 싫지도 않아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소문이 돌고 그 곳 과일장수에 의해 무대에게 사실이 알려지고 무대는 그들의 욕망의 현장을 찾아가나 서문경에 의해 부상을 당한다. 앓아누운 무대를 왕 노파의 제안으로 독살하고 금련은 서문경의 다섯째 부인으로 들어간다. 그 무대의 동생이 무송인데 형과는 달리 무송은 힘이 장사여서 경양강의 악명 높은 호랑이를 때려잡고 마을의 도두로 특채되어 지사의 심부름으로 동경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형은 죽고 형수는 재혼한 상태가 되어있다. 무송은 어렵지 않게 모든 상황을 파악한다. 형의 원수를 갚으려던 그는 서문경은 해치지 못하고 다른 이를 죽이므로 귀양을 가고 만다.
서문경의 부인이 되어 온갖 사랑을 독차지 하던 반금련은 새로운 여인이 들어오고 서문경의 몸과 마음이 수시로 다른 여인에게 향하며 질투에 사로잡힌다. 친구의 부인이었던 이병아가 서문경과 불붙는 사이가 되고 그녀의 남편 화자허가 상속문제로 고난을 겪다 죽자 재산을 챙겨 서문경의 여섯째 부인으로 들어온다. 이병아는 자손이 없는 서문가에서 아들을 낳는다. 서문경의 모든 사랑이 이병아에 기울자 금련은 이병아가 낳은 아들을 없애면 자신에게로 사랑이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그 아이 관가를 놀라게 하고 마침내는 고양이를 키워 훈련시켜 관가를 물게 해 마침내 죽게 한다. 이병아는 아이가 죽자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연이어 죽음을 맞는다.
동경에 살던 서문경의 딸의 가족이 위험을 피해 서문경이 있는 청하현으로 내려오자 금련은 사위 진경제를 유혹하여 뜨거운 사이가 된다. 진경제는 서문경의 딸을 죽게 해 처벌을 받고 쫓겨난다. 스님으로부터 비방약을 얻어 더욱 방탕한 생활에 빠졌던 서문경은 반금련에 의해 과다한 비방약을 사용하게 되어 서른셋에 죽음을 맞는다. 서문경이 죽자 가계는 급격히 기울고 본처 오월랑은 반금련을 왕노파를 통해 팔아치우려 한다. 수많은 이들이 금련을 탐내는 중에 진경제가 나타나 백 냥에 금련을 사고 왕노파에게 중매비를 치르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경을 다녀온다.
그 사이에 죄인들에 대한 대사면령이 내려 무송도 죄가 사해지고 다시 도두로 임용된다. 청하현으로 돌아온 무송은 일의 형편을 살펴 안후에 백다섯 냥을 챙겨 왕 노파 집을 찾아가 반금련을 산다. 왕 노파는 즐거워하고 금련도 비록 자신이 독살한 무대의 동생이지만 체신이 당당하고 능력 있는 무송의 아내가 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왕 노파와 반금련을 데리고 집으로 간 무송은 형 무대의 위패를 모시고 왕 노파와 반금련을 살해하므로 억울하게 죽은 형의 한을 풀어준다. 반금련은 몸종이었던 춘매에 의해 수습되어 영복사라는 절에 안치되고 서문경의 부인이었던 이들은 다수의 처지가 역전되어 부질없는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본처 오월랑은 서문경이 죽기 전 임신하여 유복자를 낳아 효가라 이름 지었는데 서문경이 죽는 날 태어났다.
효가가 서문경의 환생임을 알고 오월랑은 그 아들을 불제자가 되게 한다. 한바탕 꿈같은 삶이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당시의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라지만 서문경과 반금련으로 대표되는 성적인 면에 더 기울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것을 읽힘으로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