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의 반란을 진압하다.(요압의 자부심)
세바의 반란을 진압하다.(요압의 자부심)
압살롬의 반역을 진압하고 예루살렘으로 환궁하는 과정에서 유다와 이스라엘지파 사이의 알력이 노출되고 베냐민사람 비그리의 아들 세바가 그 세력에 편승하여 반란을 일으켰는데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합세하여 무시 못 할 세력이 되었다. 반란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 불안했다. 왕은 군대장관에 반란군 대장이었던 아마사를 임명하여 신속한 모병과 반란군 진압을 명했다. 나는 아마사의 능력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때는 시행착오를 겪어도 될 만한 태평시절이 아니었다. 염려대로 아마사는 모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왕은 다시 아비새에게 군사들을 주어 세바를 추격하게 했다. 우리가 지체해 시기를 놓쳐 반란군이 견고한 성으로 들어가면 그 때는 진압이 몇 배 더 힘들고 기간도 한없이 길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추격군의 책임자로도 왕은 나를 임명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출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경험을 이용해 작전에라도 도움을 주어야 했다. 나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심정으로 참전을 했다. 우리는 기브온 큰 바위 곁에서 아마사군대를 만났다. 군대의 통솔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장병들은 아마사보다 아비새의 눈치를 보았고 나를 의지하는 이들은 더욱 많았다. 승리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반란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패한다면 왕도 나라도 혼란에 빠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확고한 지도력과 일사불란한 명령과 복종체계였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승리였다. 처벌은 비록 사형이 될지라도 승리후의 일이었다. 나는 아마사를 제거하고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때서야 군권이 서고 명령이 전군으로 전달되고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입수한 정보대로 아벨 벧마아가까지 사백 리가 넘는 길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아벨 벧마아가에는 벌써 세바와 많은 추종자들이 성에 진입하여 있었다. 우리는 역할을 분담하여 성을 포위하고 그 성을 향한 언덕에 토성을 쌓고 성벽을 쳐서 헐려 했다. 그때에 우리의 움직임을 보고 성의 한 지혜로운 여인이 나 요압과 협상을 통해 세바의 머리를 베어 던짐으로 반란은 진압되었다. 그에 따라 내가 나팔을 불자 반란군들이 각기 흩어져 자기 장막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나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면서 왜 왕이 나를 군대장관에서 해임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번 반란 진압을 위해 내가 한 일을 왕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또한 백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전투외적인 고민을 하게 하는 왕이 이해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없던 왕의 모습이다. 지휘관들이 다가와 한 마디씩 한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신들도 아마사가 지휘를 할 때 어찌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역할의 분담과 한계가 애매해 고생했으며 그가 지휘했으면 반드시 패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 요압 장군이야말로 압살롬과 세바의 반란을 진압한 최고의 일등공신이라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내가 아니면 쉽지는 않았으리라고 인정한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왕이 갑자기 군대장관을 교체한 이유를 추측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많은 의견은 내가 압살롬을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고생을 많이 했으니 쉬라는 것이었다.
점점 예루살렘이 가까워지면서 내 생각도 깊어지고 있었다. 왕과 내가 심한 갈등을 겪은 것이 어떤 사건들이었나를 돌아보았다.
왕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아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에는 내 성격을 알면서도 그런 명령을 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행을 했다. 또한 내가 아브넬을 죽였을 때 왕은 내게 격노해서 거세게 몰아붙이고 듣기에 민망한 심한 말도 했다. 내 혈육을 죽인 놈을 보고 기회가 왔는데 어찌 살려 둘 수 있는가. 왕은 모두의 원수인 압살롬을 단지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이지 못하게 명령했다. 그것은 내가 아브넬을 죽인 것보다 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날 저녁의 일도 내가 왕에게 직언하여 장병들을 격려하고 치하하며 백성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내지 않았다면 모두가 왕을 등지고 떠났을 것이다.
나는 평생을 왕을 받들며 왕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압살롬도 아마사도 개인적인 원한은 그다지 없다. 그들은 나의 친척들이다. 내가 왜 그들을 죽여야 하나. 이유는 하나, 왕과 나라를 위해서였다. 내가 왕에게 직언을 하는 것도 왕과 나라를 위해서 일뿐, 다른 이유는 없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싫은 소리 안하고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생명 바쳐 싸우는 왕과 나라에 위험한 요인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지나치는 것을 어찌 충성이라 혹은 군인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으랴. 빨리 왕 앞에 가서 왕명을 거스른 죄를 고하고 처벌을 구해야겠다. 나는 벌을 받아도 왕과 나라가 무사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행히 반란은 진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