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다윗

내가 더 보고 싶었다.(압살롬을 용서하는 다윗)

변두리1 2014. 7. 1. 09:40

내가 더 보고 싶었다.(압살롬을 용서하는 다윗)

 

  어느 날 한 여인이 날 찾아왔다. 상복(喪服)에 슬픈 표정을 보니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있는 듯 했다. 그때 사실은 나도 사건을 저지르고 그술의 외가로 도망가 삼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압살롬이 보고 싶어서 아픈 마음으로 그 녀석을 그리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어릴 때면 더욱 생각이 나는데 이런 내 마음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눈치 채는 사람이 요압이다. 어쩌면 그는 내 마음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인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도와 달라고 요청을 했다. 여기까지는 요식행위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사연을 얘기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여인은 과부요 아들만 둘이 있었는데 무슨 문제였는지 들판에서 서로 다투다가 형이 동생을 쳐 죽게 했다. 동생은 죽었고 형밖에 없는데 지파 사람들이 살인자니 죽이게 내 놓으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 아들마저 죽으면 기업도 잃고 대도 끊기게 될 형편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여인이 너무 불쌍하고 처량해서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한 어느 누구도 아들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들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려 주겠다고 했다. 그 여인은 돌아가지 않고 죽은 이가 다시 살지 못하고 쏟은 물을 다시 담지 못하고 하나님은 사람을 살리기를 원 하시지요 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짚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왜 모르랴. 요압이 시켰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요압이 내 마음을 읽고 그 녀석을 데려올 구실을 만든 것이다. 고마울 뿐이다.

 

  요압에게 압살롬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오도록 했다. 그 다음 날 요압은 곧 바로 압살롬을 왕궁으로 데리고 왔다. 삼 년이 넘도록 볼 수 없었던 그리운 아들이었지만 만나기를 허락하지 않고 집에 머물고 왕궁에는 출입을 못 하게 했다. 암논 사건에 대해 사면(赦免)을 해 준 것이다. 그러나 예전 상태로 완전히 되돌리기에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고 백성들도 신경이 쓰인다. 압살롬 그 녀석은 어떨지 모르지만 예루살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푸근하다. 그 녀석은 언제나 나의 즐거움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 잡을 데 없는 미남으로 보는 이들마다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그의 머리털도 자랑거리였는데 어찌나 숱이 많은 지 때때로 깎아 달아보면 이 삼 킬로그램이 나가곤 했다. 며칠 전에는 요압 장군이 내게 와서 압살롬이 돌아 온지도 이 년이 넘었고 그가 왕을 뵙고 싶어 하니 만나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왜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했더니 압살롬이 자신에게 사람을 거듭 보냈지만 용건이 뻔해서 가지 않았는데 어제는 자신의 보리밭에 불을 질러서 가 보았더니 아버지를 뵙고 싶다고 간절하게 요청을 하더라고 했다. 마음이야 내가 그 녀석 보다 백배는 더 보고 싶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러면 좋은 때에 데려오라고 허락을 했다.

 

  오늘 그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요압은 출근하는 길에 압살롬을 데리고 왔다. 왕궁의 신하들과 조회(朝會)도 하기 전에 요압의 요청으로 부자가 만났다. 그토록 보고 싶던 사랑스런 내 아들이 내게 엎드려 절했다. 나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입 맞추며 속으로 눈물을 쏟으며 오래도록 울었다. 그가 무어라 얘기했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듣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그 녀석도 얼굴이 조금은 여윈 것 같고 더 어른스러워지고 단단해진 것 같다. 이제야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것이다. 무려 오 년의 세월이 걸리고 많은 이들의 노력을 거쳐서 회복이 되었다. 나도 그 녀석도 그동안 서로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듯 홀가분하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이제 내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일은 후계자를 무리 없이 정하여 왕의 수련을 잘 거쳐서 순탄하게 왕권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칫하면 이 일이 내 생애에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가능하면 빠르게 다음 왕이 누구인지를 공포(公布)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누가 적임자인지 확실하지 않아 가장 큰 고민이다. 하나님께서 누구를 원하시는지도 모르겠고 내 의지를 나도 모르겠다. 신하들의 눈치는 압살롬이나 아도니야 혹은 솔로몬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듯하다. 오늘 압살롬이 암논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 신하들이 왕권과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재능이나 성격은 왕의 재목이 충분한데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을 찾아 볼 수 없고 마음이 너무 차다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다. 아도니야는 모든 면에서 어정쩡하다. 연차로도 애매하고 능력이나 과감성에서도 확실하지 못하다. 또 솔로몬은 나이가 너무 어려 신하들의 관심권 밖에 있다. 이스라엘을 내부로부터 힘들게 할 이 문제를 풀기가 너무 어렵다.

 

  내 삶이 많이 힘들다. 인생의 후반부에 맞이하는 난관(難關)들이 하나같이 몹시 험하다. 지금까지 헤쳐 온 것들도 적지 않은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차라리 이름 없는 평범한 백성의 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밖에서 화려해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모두 더없이 고달픈 것들이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으로 버텨 왔는데 지금 그 분의 침묵하심이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