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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이근후박사의 삶과 제안

변두리1 2019. 3. 19. 22:28

정신과 의사 이근후박사의 삶과 제안

지극히 합리적이고 현명한 삶 -

 

  1935년에 태어나 1961년에 대학에 입학해 의대생으로 졸업 후에는 교수요 정신과 전문의로서 평생을 살아온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982년 이후로 매년 네팔에 봉사활동을 가고, 폐쇄적 정신병동을 개방병동으로 바꾸고, 정신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다. 퇴임 후에는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폭넓은 연령층을 돌보고 있다. 대학시절에는 시위에도 참가하여 감옥생활을 겪기도 하고 가볍지 않은 일곱 가지 질병을 가지고 살면서도 무척 많은 일을 한다. 40여년 넘게 광명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은퇴 후 76세에 고려 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다. 3대 다섯 가정 13명이 한 건물에서 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그가 쓴 두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에 들어있다.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것을 먼저 익히게 했단다. 지은이 부부와 아들부부 그렇게 넷이 돌아가면서 식사당번을 했는데 한 번은 글쓴이가 당번일 때 며느리가 옆에 와서 거들려 해서 이번은 시아버지를 돕고 다음은 시어머니라 돕고 하면 매번 네가 해야 한다고 하면서 도움을 거절했다고 한다. 처음에 한 집에서 생활할 때에도 며느리에게 너는 친정에서 살 때처럼, 나는 네가 없을 때처럼 살자고 했단다. 어느 순간에 보니 시아버지도 반바지로 살고 며느리도 반바지로 살게 되었단다. 평생 자가용을 갖지 않아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가끔 차를 태워줄 것을 부탁하는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편안하게 거절하는 게 일상이 되었단다. 어렵지 않게 거절할 수 있어야 평등한 관계이고 압력을 받지 않는 오래갈 수 있는 관계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네팔에 의료봉사를 다니는데 제자들에게 만원씩만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제자들도 당황스러웠을 게다. 말이 만원이지 그렇다고 만원만 달랑 봉투에 넣을 수야 있나. 여러 제자들이 정성껏 봉투를 해온 모양이다. 그랬더니 정말로 각 봉투에서 만원씩만 제하고 돌려보냈단다. 제자들이 더욱 당황해서 죄송하다고 다음번에는 더 도와드리겠다고 했더니 많이 부담하면 또 간다고 할 때 부담이 가고 왜 자꾸 가느냐고 하겠지만 만원씩만 부담하면 언제 또 가시냐고 할 테니 오래하려면 조금씩 해야 하니 만원씩 해야 한다고 했단다. 저자가 삶의 철학처럼 가지고 있는 야금야금방식이다. 업적을 이루려면 한 번에 많이 하려하지만 꾸준히 오래하려면 조금씩 천천히 하라는 게다. 얼마나 현명한 삶의 모습인가.

  부모로서 자녀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조언한다. 언제까지 자녀의 삶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책임지려고도 말고 독립을 시키라는 게다. 때를 따라 30%씩 자율의 폭을 늘려 주라고 한다. 사춘기를 맞을 때, 기성세대와 권위에 대한 반발과 자아의식이 확장될 때니 30%의 책임을 위임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떨어져 생활하게 될 때, 30%를 주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면 마지막으로 30%를 주라는 것이다. 그렇게 90%를 주고도 10%가 남으로 그것으로도 필요한 것들은 충분한 의사소통과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는 게다.

  경쟁을 좋아할 이가 누가 있을까.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그리 크지 않을 게다. 꼭 일등을 하려할 게 아니라 열심히 하면 족한 게다. 저자는 중학교 때 일등을 한 번 해보고 힘들고 불안하다는 걸 알았나 보다. 그래도 목표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유명대학의 의대를 갔으니 숱하게 일등을 했으리라. 은퇴하고 사이버대학에서 공부할 때, 스스로 좋아서 하니 그렇게 행복하고 좋았다고 한다. 교수가 되어서 가르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부할 때 많은 것을 배웠단다. 다른 이들에게 취미를 권한다. 취미가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는 길이요 은퇴 후에 할 일을 잃지 않고 인적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한다.

  올해로 84세가 되었을 게다. 노년으로서 자신의 인간관계를 설명하기를 찾아오는 이들은 가리지 않고 만나고, 보고 싶은 이들은 생각날 때면 찾아가고, 인터넷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고 안부를 묻고 전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점차 인간관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찾아주는 이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연락 오는 곳도 없을 수 있다. 그러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삶이 될지도 모른다.

  네팔 사람들은 일생을 넷으로 구분하는가 보다. 생애를 100년으로 보고 25세까지를 청년, 50세까지는 중년, 75세까지는 장년, 그 후는 노년 혹은 자유로운 시기로 여기나 보다. 각각의 시기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삶의 의미와 보람이 있다. 모든 시기가 좋은 때요 황금기이다. 삶에서 자신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때가 있을까. 노년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여러 가지에서 자유로운 시기이니 살만한 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노년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두 가지로 경제력과 건강을 든다. 그 두 가지가 준비되지 않으면 노년이 축복이 아닌 게다.

  삶을 마치고 저 세상에 갈 때 이 땅의 것을 가져가지 못하니 모두 나누고 가란다. 필요한 이들에게 의미 있게 나눌 것이고 재물이 없이도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으니 나누는 삶을 살기를 권한다. 자기답게 즐겁게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