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다빈치 코드

변두리1 2018. 9. 10. 18:12

다빈치 코드

내게는 용두사미 -

 

  한 때는 평범한 교사였지만 집필한 소설로 그 이름을 분명하게 한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의 장편작품이다. 나라를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과 끝 간 데를 알 수 없는 방대한 지식과 생소한 분야가 읽는 재미를 더하며 즐거움을 준다. 요소요소마다 반전이 있어 예측할 수 없는 극적인 흥미가 있다. 루브르 박물관 관장의 피살로부터 시작하여 런던과 스위스 은행금고를 거쳐 여러 성당을 지나며 자동차와 비행기까지 동원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섞이며 전문가들과 사회 상층부를 이루는 그들의 삶을 엿보는 기회도 되고 수천 년의 시대를 넘나드는 시원함을 주기도 한다.

  루브르 박물관장이 살해되고 신화기호학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경찰에게 합류한다. 하지만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의혹의 중심에 있다. 그들 사이에 암호 해독요원 소피 느뵈가 나타나는데 그녀는 신화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에게 알 수 없는 메시지와 지시를 내린다. 살해된 박물관장은 소니에르라는 사람인데 소피 느뵈의 할아버지다. 느뵈는 할아버지와 좋은 관계로 암호에 관한 것들을 생활로 익히고 살다가 대학 때에 집에 돌아와 지하실에서 행해지는 이상한 이교의식과 할아버지의 부도덕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관계를 끊고 살아왔다. 할아버지는 많은 서신들을 보내지만 소피 느뵈는 읽지 않고 버렸다.

  소니에르가 살해당하는 마지막 순간에 바닥에 남긴 무늬가 무엇을 뜻하는지, 사건해결에 실마리가 될 것을 기대하고 파리의 경찰청장 파슈를 비롯한 많은 경찰이 사건해결에 매달린다. 소피 느뵈는 로버트 랭던을 경찰로부터 빼돌린다. 랭던에게 넣어둔 위치 추적 장치를 역이용하여 경찰들을 따돌리고 사건 현장과 수집된 사진에서 할아버지의 메시지를 분석한다. 피해자 소니에르가 경찰에게 남긴 듯한 랭던을 찾으라는 문구의 실제 수신자가 소피 느뵈임을 아는 이는 소피 느뵈와 설명을 들은 랭던 밖에 없다. 느뵈는 암굴의 성모라는 그림틀 뒤에서 가로 세로가 같은 십자가가 달린 열쇠를 찾아낸다. 랭던과 느뵈가 그 열쇠모양의 물건에서 발견한 문자는 주소였는데 그 곳은 스위스 은행 파리지점이었다.

  그 열쇠를 사용하여 깊숙한 방에 다다른 그들은 열 자리의 비밀 번호를 알아내고 크립텍스를 손에 넣는다. 그들이 찾으려하는 것은 성배인데, 성배에는 교회와 그 세력들이 알려지기를 꺼려하며 지키려는 비밀이 담겨있다고 전해져 온다. 그런가하면 그 비밀을 긴밀히 유지했다가 결정적인 시기가 되면 세상에 공개해 진실을 드러내려는 시온 수도회와 그에 속한 회원들이 있다. 교회와 세상이 놀랄 수밖에 없는 비밀을 엄중히 지키기 위해 수도회의 최상층 요인들만 그것에 접근하는 암호를 알고 있다. 여러 단계에 이르는 암호해석과 그에 따르는 장소이동을 거친 후에야 그 비밀을 찾아낼 수 있는데 그 역사가 물경 이천 년 가까이 이른다. 파리의 경찰들이 인터폴의 협조를 받으며 살인용의자로 지목된 랭던과 느뵈를 쫓고 있고, 비밀 폭로를 두려워하는 교회집단에서도 성배를 노리며 그들을 추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평생을 성배연구에 바쳐온 베르사이유 근교 대저택에 사는 레이 티빙 경도 성배에 대한 욕망으로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찰을 따돌리며 티빙 경을 찾은 랭던과 느뵈에게 교회세력인 사일래스가 조용히 접근하고 있었다. 성배의 크립텍스를 두고 사일래스가 급습하지만 티빙 경의 목발에 맞아 뜻을 이루지 못한다. 사일래스를 처치하지 못하고 묶어 데리고 다니는 그들과 함께 티빙 경의 집사가 늘 동행하는데 그가 교회세력의 첩자로 드러난다. 티빙 경의 집사인 그는 레미라는 인물인데 그에 의해 티빙 경이 납치되고 랭던과 느뵈는 책임감을 느낀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교황에 의해 묻힌 분노를 자아낸 기사의 구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갖은 노력 끝에 그 기사는 뉴턴이며 기사의 구가 사과임을 알아낸다.

  대장정의 끝처럼 찾아간 곳은 로슬린 예배당이었고 소피 느뵈는 그곳에서 할머니와 동생을 만난다. 느뵈는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칼과 잔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성배는 여성의 신성을 가리키는 것이며 대가들이 사랑한 예술로 치장한 그녀는 루브르 박물관이 아닐까 한다.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어 수많은 암호의 해독과 아슬아슬한 단계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교회문제를 건드리며 도달한 것 치고는 결론이 분명하지 못한 듯하다. 교회문제를 언급한 것은 노이즈 마케팅 같기도 하고 가장 거대한 세력과 맞붙는 구도를 그리려면 어쩔 수 없기도 했을 게다. 교회와 그에 맞서는 세력으로 하려니 맞서는 이들이 약하면 중량감이 떨어지니 그들을 진실의 편에 놓고 교회가 그 반대편에 놓이게 되었을 게다.

  작품성을 확보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치밀함과 방대함 그리고 거침없는 지식의 한바탕 향연을 본 듯하다. 이 소설 덕분에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언급된 작품과 장소들을 더 세심히 보게 될 것 같다. 관람객들이 제일 많이 보고 오는 작품이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그리고 승리의 날개란다. 나는 왜 사람들이 그 작품들 앞에 그득하게 모여 있는 지도 몰랐다. 재미있고 허무하기도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