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미”자로 끝나는 것은…
“미미 미”자로 끝나는 것은…
- 이두희 직전 작가회장님의‘재미’발제를 듣고 -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옥화자연휴양림에서 있었던 세미나의 앞부분만 겨우 참석하고 의무를 마친 기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첫 행사로 “푸른솔 문학회의 발전방향에 대한 모색”이라는 이두희 직전작가회장님의 발제를 들었습니다. 많은 고심과 깊은 생각 끝에, 현재에 안주하려는 회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독려하는 충격요법을 쓰신 거라 느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걸 알지만 그런 면은 제가 워낙 둔하니 전혀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시간의 핵심어는 “재미”였습니다. 그 말은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재미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재미를 찾아내 함께하지 못하면 문학회의 동력이 점점 약화될 거라는 예언처럼 들었습니다. 시대가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스포츠 행사도 많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넘쳐납니다. 컴퓨터도 흥미롭지만 스마트폰은 속도감과 외부로의 연결성이 눈을 떼기 어렵게 합니다. 어디가나 눈은 스마트 폰에 꽂고 이어폰을 하고 혼잣말을 하는 이들이 가득합니다. 여기저기 문화강좌와 교양강좌도 넘쳐나서 별별 취미생활을 다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런 형편에 50대 중반부터 80대까지 함께하는 문학모임이 재미를 준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자명합니다.
오늘의 현실에서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쓰는 이들이 모인 문학회가 회원들에게 어떤 마당이 될 수 있고 어디에 희망이 있는지, 어떤 일들이 서로를 힘겹게 하는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이두희 직전작가회장님이 얘기한 재미를 몇 가지로 나눠보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 흥미를 가진 우리들입니다.
글을 쓰러 수필교실에 왔든, 문학회에 참여를 하든, 글에 흥미를 가지고 계신 분들입니다. 글을 쓴다는 게 그렇게 신나고 즐거운 일인 건 아닙니다. 몇몇 예외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무척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지요.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많은 재미있는 일들은, 남들이 애써서 다 만들어 놓은 것들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 드라마 소설 스포츠 그런 것에서 독자나 관중이 능동성과 창조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이들이 재미있다는 것들도 그 일을 행하는 이들에게는 고통이고 부담스러운 일일 겁니다. 연기자나 가수들도 무대 뒤에서 마음 졸이며 쏟는 땀과 노력이 얼마나 많을까요. 글을 쓰는 것에 흥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능동적 창조를 이루는 것으로 귀하다고 위로받았으면 합니다.
개개인이 글쓰기에 의미를 둡니다.
힘이 들고 잘 느는 것 같지 않아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건, 글을 쓰는 의미를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글쓰기를 통해 치유를 경험하기도 하고, 자기를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삶에 가치를 찾기도 합니다. 글쓰기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삶에서 깨달은 것들을 후대에 남기고, 스스로의 일생을 자서전으로 엮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권 남기고 싶은 욕망도 큽니다. 이런 것들이 글쓰기에 두는 개인의 의미일 테지요. 이런 의미가 있는 한, 쉽게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 두 가지, 글쓰기에 대한 개인의 흥미와 의미는 다른 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 강약의 차이야 있겠지만 우리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토대로 글쓰기를 하는 이들을 문학회가 어떻게 격려하고 힘을 더해줄 수 있을까요.
케미(chemistry)가 맞는 친구를 찾는 장(場)이 문학회라면 어떨까요.
문학회든, 수필교실이든, 다른 어떤 곳이라도 사람들은 자기편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가만히 지켜보면 유유상종하는 듯합니다. 이제 처음 참여하는 이들, 익숙지 못한 이들에게 케미가 될 수 있다면 공동체에 귀한 일이 아닐까요. 글의 결이 통하고 위로가 되는 친구가 있다면 큰 힘이 될 겁니다.
멀미를 주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적지 않은 삶을 사신 분들이라 웬만한 건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그래도 다 느끼고 언짢아하는 일들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무시당하거나 투명인간처럼 취급되는 걸 탐탁해 할 사람은 없습니다. 한 마디 말이나 눈짓 하나가 이런 오해를 일으킬 여지는 늘 있겠지요. 또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거나 과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 듯합니다. 너무 한 무리가 전체의 흐름을 끌고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 다른 이에게 강요를 받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더하여 다른 이와 비교당한다면 그것도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우리 수필교실이나 문학회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니고, 제 개인으로 일반적인 예들을 들어보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인격체로, 소중히 대우받는 것이 행복한 일이지요. 우리 푸른 솔 문학회가 해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이 더욱 많아지는 즐거운 문학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회원의 의무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러니저러니 한 것을 널리 용서해 주시길 요청하며, 이두희 직전 작가회장님의 재미에 대한 우려가 진심으로 한 때의 기우(杞憂)로 그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