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국화와 칼

변두리1 2018. 3. 1. 00:15

국화와 칼


- 한 외국인의 별종 연구 -

 

   이해할 수 없는 집단, 동네 폭력집단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인들, 한 미국인 루스 베네딕트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을 게다. 한 번도 일본에 가보지 않고 저술한 책, 국화와 칼, 독특한 일본인을 분석한 책이다. 1944년 국무부의 위촉으로 연구를 시작하여 2년여 만에 나온 작품이다. 모든 민족이 다 특성이 있겠지만 참으로 알 수 없는 이들이 일본이다. 우리야말로 이웃해서 긴 세월을 살았어도 그들을 제대로 모른다. 그들의 민족성을 모르니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서 만나는 그들의 이중성이 특이하다.

   개개의 일본인을 생각하면 예의바르고 친절하다. 허나 역사를 생각하고 임진왜란과 근세사에서 그들이 행한 악랄한 만행을 상기하면 정이 백리는 달아난다. 국화와 칼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믿기 어려운 이웃이다. 그들은 체면을 세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서 만세일계라고 그들의 천황은 변역이나 단절 없이 한 혈통으로 내려왔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아키히토는 125대라고 한다. 실제 권력을 소유하지 않는 상징적 존재를 내세워 그들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 천황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지우지 않고 살아있는 정신적 지주로 인정하고 그에게 무한한 충성을 다하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제도다.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갖고 그 위치에 있을 때 평안과 안정감을 느낀다. 전쟁을 일으킬 때에도 각 나라의 바른 위치를 찾아주고 싶어서라고 했단다. 그들의 의식 속에 평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출발부터 평등하지 않고 그 위치가 잘못되어 있어 평화롭지 못하니 자신들이 정돈하여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 대동아 공영의 꿈이다.

   제이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들이 보여준 잔인성은 인류의 역사에서 잊을 수 없다. 특히 우리 민족에게 행한 전 방위적인 치밀하고 악랄한 만행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70년이 지나도 온전한 사죄와 용서를 구할 줄 모르는 그들이나 끈질기게 그것들을 요구하는 우리나 만만치 않기는 비슷하다. 군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그들, 최후의 한 사람까지 옥쇄하겠다고 하다가 천황의 항복과 함께 돌변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것도 섬뜩하다. 어떻게 한 순간에 그렇게 돌아설 수 있는가. 그런 그들이기에 또 어느 순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알 수 없다.

   의식구조의 차이로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는 포로들의 태도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동양권에서는 포로는 승자들의 전리품과 다름이 없었다. 포로로 잡히는 것은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이어서 승자가 어떻게 대우하든 저항할 수 없었다. 죽임을 당하거나 승자의 군대에 편입되기도 하고 노무자가 되기도 했다. 서양의 사고방식은 포로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적당한 시기에 석방해 주어야 했다. 포로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서구인들의 눈에 일본군들이 얼마나 괴물들로 보였을까가 궁금하다. 반면에 일본군들은 포로가 되었어도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받았으리라.

   일본인들은 의무와 의리를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는가 보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큰 빚과 같은 의무를 출생과 더불어 짊어진다. 천황과 부모에게 입은 은혜라는 것이다. 서구인들이 모두가 평등한 계약의 관계인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또한 때에 따라 지게 되는 신세와 그로인해 반드시 그만큼 갚아야하는 의리가 있단다. 메이지유신 전에는 법률에도 관계없는 다툼에 관여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들은 그럴만하지 않은 이들에게 호의를 받는 것을 불쾌하고 부담스러워 한단다. 달갑지 않은 빚을 지게 되는 게다. 그 빚을 갚지 못하면 힘겨워하고 명예를 잃는 것이고 떳떳하지 못하게 여기는 거다.

   가정생활도 너무 다르다. 어려서는 자유롭고 청 장년기는 눈치 볼 일이 많고 정해진 규제를 따라 살다가 노년이 되면 다시 자유로워진단다. 지금도 그런지는 몰라도 결혼이 철저히 부모에 의해 결정되고 부인의 최대임무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이란다. 결혼과 연애는 별개의 일이고 성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고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 일방적이고 심하며 계속 대물림이 된다는 것이 기이하다. 학교와 군대에서 선배의 후배 길들이기가 통제 없이 행해진다니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다.

   복수에 대한 개념이 괴이하다. 이름이 더럽혀지고 모욕을 당하면 복수하는 것이 도리라니 동네 폭력배 같다. 이 책이 저술될 때 실제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으니 이제는 많이 바뀌었을 듯하다. 모욕과 창피를 느끼는 면이 다르고 그들이 숭상하는 문화가 있으니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게다.

   그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알겠다. 사후관념이 전혀 없으니 종교라 하기가 민망하다. 영적인 죄의식이 약하고 희생이라는 관념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신도(神道)만이 국가차원의 의식이고 다른 종교에는 관대 혹은 방관하는 정책이라 한다.

   너무도 다른 그들, 가깝지만 친하고 싶지 않고 믿을 수 없는 존재들.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별난 민족이다. 아직도 지난날을 뉘우치지 않고 막대한 아픔을 준 여러 나라에 제대로 된 용서를 구하지 않고 다시 군비확장과 헌법 개정을 꿈꾸며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심한 그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다시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알긴 알아야겠다. 피할 수도 없고 상대하기에는 너무 피곤한 이들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