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총각네 야채가게

변두리1 2017. 8. 7. 12:11

총각네 야채가게

 

   젊은이들이 과일과 채소와 생선을 파는 가게를 하는 것이 결코 천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아직 우리의 인식은 그 지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고 있다. 여기 그런 업종도 기업이 될 수 있고 평생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젊은이가 있다. 이영석, 이 책을 읽고 그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하는 야채가게는 평범하지 않다. 전문가 정신으로 경영하는 기업이다.

 

   꼭 성공한 기업인의 다큐멘터리를 읽는 느낌이다. 한 인간을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옳지 않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평가해 주고 싶다. 그의 야채가게 밑바닥에는 한없는 성실함이 있다. 인정받을 때까지 참아내는 인내와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강한 용기가 있다.

   그는 레크레이션을 전공했다고 한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야채장수를 하게 된 사연이 분명하다. 어떤 방면의 일을 했더라도 그런 정신과 자세라면 성공할 것이다. 한강 둔치에서 도전해본 오징어 팔기는 그가 장사하는 일에 타고난 재질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장사가 전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그가 아파트 한쪽에 자리잡기위해 치러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의 무기는 손해를 감수하고 참아내는 것인가 보다. 기존의 구성원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꿋꿋했다. 그들도 어쩌지 못해 단속반에 신고를 해도 단속반마저 손을 들고 만다. 성실성으로 트럭행상이면서 고정점포가 갖는 장점을 확보해낸다. 뜨내기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고 일정한 때에 그곳에 가면 그 트럭이 있고 그 곳의 물건은 믿을 수 있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가 손님들에게 인정받기위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간단치 않다. 최상의 물건을 확보하기 위한 새벽 3시부터 10시까지의 물건선택의 과정은 건물로 치면 탄탄한 기초공사와 같은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내는 그 일이 그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농수산시장에서 칼잡이로 인정받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안락함의 유혹도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거래처를 정하거나 산지에서 대량구매하면 편하긴 하지만 고객들에게 최상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그가 사귀던 여인과 헤어지는 장면도 가게를 향한 그의 각오와 결기를 보여주기에 넉넉하다.

   서울에만 여섯 개의 지점을 둔 본점의 대표,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여기저기 강연을 나가는 그가 가게 앞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해도 날마다 그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행상 시절에 바나나를 팔면서 원숭이를 활용하는 것이나 과일 고객을 확보하기위해 아파트 반상회에 과일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 등은 그의 사고가 유연하고 현실적이라는 산 증거다.

   고객들과의 살아있는 관계는 그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고객들과의 만남을 즐기지 않고는 한결같은 관심과 친절을 보여줄 수 없다. 아파트의 한 할머니에 대한 일화는 그들이 프로임을 알게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 어려움의 때에 과일바구니를 선물하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불평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사후관리를 해주는 것은 길게 보면 몇 배 남는 일일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을 즐겁게 한다니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가.

   생선을 팔면서 냉동고가 없다는 것은 고객들에게 무한신뢰를 주고 자신들에게도 자부심을 주는 일이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거부하고 더 나은 것을 전통으로 확립해가는 신선함을 본다. ‘총각네 야채가게같은 곳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야채가게를 하면서 직원들 사대 보험을 들어주고 때를 따라 해외연수를 하게 한다. 월 급여가 대기업 수준이라니 더욱 놀랍다. 한 직원이 직무와 무관하게 귀가 중 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비 3,000만원을 모두 지불해 주었다는 내용은 사업에 앞서 사람을 아끼는 그의 진심을 보는 듯해 마음이 훈훈하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천직으로 알고 일하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 일의 성취와 업적을 넘어서 그 일을 할 수 있음 자체로 감사하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씨가 보여준, 그리고 계속 진행해 나가는 일들은 귀하고 큰 의미가 있다. 그러한롤 모델들이 많아야 한다. 그가 말하는 1%가 나중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어렵고 힘든 일이 즐거운 사람은 없다. 순간순간 자신과 갈등하며 선택하는 게 우리네 평범한 이들의 삶이다. 그 작은 평범이 모여서 대단한 일을 이루어 낸다.

   중단하는가. 한 번 더 해보는가. 남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을 왜 그래야만 하는가?’하고 의문을 품고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들이 일반인과 전문인을 구별 짓는 것은 아닐까.

   내 분야에서 전문가적인 시각을 가지고 전문가답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많이 부끄럽다. 가끔 이 책을 들추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