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다윗

새 수도를 정하다.(다윗의 신앙)

변두리1 2014. 6. 30. 22:09

새 수도를 정하다.(다윗의 신앙)

 

  온 나라가 다시 이스라엘로 하나가 되었지만 칠 년여에 걸친 다툼의 상처가 하루아침에 아물 수는 없다. 나는 두 번 다 헤브론에서 기름부음을 받고 왕이 되었다. 온 나라가 일체감을 갖고 통일왕국의 위용을 보여주는 앞으로 천 년을 갈 상징적인 새 수도(首都)를 건설하고 싶다. 사울왕국의 도시 기브아나 유다의 도시 헤브론이 아닌 그 중간쯤에 온 나라의 힘을 결집할 도시가 필요하다. 그러한 의도로 내가 한동안 살펴본 바로는 여부스가 제격인데 문제는 그곳에 이미 여부스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거기에 사는 한 그들은 앞으로도 옆구리의 가시처럼 우리나라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여부스를 차지해 새 수도로 만들고 싶다.

 

  문제는 여부스가 고지대이고 아래는 골짜기여서 공격 시 아군의 행동이 다 노출이 되고 공격 또한 위에서 수비하는 것 보다 몇 배의 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믿고 여부스인들은 누가 공격을 해도 맹인과 다리 저는 이라도 성을 지킬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고 나 또한 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는 군사들을 설득할 수 없다. 여부스 근처를 여러 차례 돌아보았다. 며칠 전에는 기드론시내를 지나다가 여부스인들이 기혼샘물을 식수로 사용하는데, 물이 가는 길로 군인들이 갈 수는 없을까. 내 머리 속이 갑자기 밝아졌다. 여부스인들이 모르게 성 한가운데로 들어 갈수만 있다면 무방비인 그들을 공략하기는 어렵지 않고 그것은 곧 승리를 의미한다. 곧바로 기혼샘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어둡고 불편하고 긴 터널이 놀랍게도 여부스 성안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밤에 지휘관들을 소집해 여부스 탈취의 필요성을 역설하니 모두가 공감은 하면서도 지형적 어려움을 난관으로 꼽아 물길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탄성 속에 승리에의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역량을 총결집해 단기간에 병사들의 특수훈련과 장비(裝備) 제작을 마쳤다. 정작 여부스 점령은 싱거웠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들은 갈팡질팡했고 우리는 훈련한 대로 신속히 성을 점령하고 여부스인들을 성 밖으로 추방했다.

 

  그 성을 평화의 도시 곧 “예루살렘”으로 선포했는데 사람들은 “다윗성”으로 내 이름을 붙여 부르곤 한다. 성을 다시 견고히 쌓고 많은 집들과 건축물을 지었다. 주변의 블레셋 에돔 암몬 아람 소바 모압 등을 정복하고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강대한 나라의 모습을 갖추었고 이웃나라들도 우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나는 일찍부터 한 가지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출애굽당시 호렙에서 하나님의 지시로 만들어 그것을 앞세우고 요단강을 건넜고, 민족의 중요한 일에 항상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했던 언약궤를 새 수도 예루살렘의 중심부에 위엄 있게 모셔두는 것이다. 하나님의 언약궤는 블레셋과의 에벤에셀 전투에서 빼앗겼다가 하나님께서 재앙으로 그들을 치심으로 돌아와 기럇여아림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그 분을 향한 내 신앙의 고백으로 더는 미룰 수가 없다.

 

  삼만 명의 선발된 군사들과 나 그리고 나라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언약궤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 가서 하나님의 언약궤를 새 수레에 싣고 악대들이 앞서서 연주하며 화려하고 당당하게 예루살렘으로 출발했다. 나는 자랑스러웠고 백성들도 감격했다. 하나님도 크게 기뻐하시리라. 그런데 언약궤 운반 도중에 수레를 끄는 소들이 뛰는 바람에 수레를 몰던 아비나답의 아들 웃사가 언약궤가 떨어질까 붙들었다가 하나님의 노하심으로 그 자리 하나님의 궤 옆에서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두려웠다. 뭔가 하나님께서 격노하실 만큼 잘못된 것이 분명하여 예루살렘으로 모시기를 멈추고 가드 사람 오벧에돔의 집으로 메어가 석 달을 모시게 했다. 석 달 동안 내 마음에는 하나님의 언약궤가 항상 자리하고 있어서 어떻게 예루살렘으로 모셔 오는가가 가장 큰 과제였다. 그 석 달 동안 오벧에돔과 그 온 집에 하나님께서 복을 주셨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지난번의 잘못을 자세히 살펴 율법에 따라 합당한 이들로 하나님의 궤를 메게하고 내 자신이 여러 번 제사를 드리고 베 에봇을 입고 기쁨으로 춤을 추며 새 수도 예루살렘의 장막 안 준비한 자리에 언약궤를 모시고 다시 제사를 드리며 온 백성을 축복했다. 나와 온 백성이 즐겁고 기뻤다. 집에 돌아오니 사울의 딸 미갈이 내가 하나님 앞에서 기뻐 뛰다가 베옷이 흘러내린 것을 왕의 위엄을 잃은 것이라고 비꼬았다. 나는 더 낮아져서 천하게 보일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뛰노는 것이 좋다. 하나님 앞에서 위엄과 체면을 내세움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제야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짓누르던 과제를 해결한 후련함을 느낀다. 하나님께서 나와 이스라엘에 한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심이 내 마음에 전해진다. 예루살렘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만의 중심지가 아니라 신앙과 제사의 중심지가 되었다. 하나님의 언약궤가 있는 곳, 아니 하나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도시, 하나님의 궤로 인해 천 년을 가는 온전한 평화의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