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노래

긴 하루

변두리1 2017. 2. 3. 23:54

긴 하루

 

딸이 많으면 비행기 자주 탄댔다.

내 경험은 제주도가 고작

준비 없이 올라탄 파리행 에어프랑스 .

쉭쉭쉭 시속 1000km 전후로 날아가는데

아직도 여섯 시간 넘게 가야 한단다.

땅에서 뜨니 할 일 없고 일 분이 길다.

 

창밖 경치도 그게 그거고

기내 스크린은 조작이 서툴다.

옆자리 청년과의 대화도 끝나고

힘겨운 아내는 창에 머리를 박네.

나는 스크린에 남은 시간, 거리만 볼뿐

내릴 수도, 창문을 열 수도 없는 감옥이다.

 

긴 시간 참지 못해 작은 일 보려했더니

세미한 흔들림에 내 몸은 예민하고

새삼 하늘 높이 떠있다는 두려움 느끼네.

길고긴 시간은 느릿느릿 가고

참다못한 아내는 착륙할 즈음에 구토를 했다.

이제야 일제가 비행기고문을 한 이유 알았네.

 

12시 인천 떠나 파리에 내리니

여전히 오후 4시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이날의 종착지는 아직도 멀어

어두운 새벽부터 허둥대며 시작한 하루

추위와 눈발 속에 늘어지더니

하루가 서른두 시간, 오늘은 피곤하고 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