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쓴 에세이집으로 그는 1963년 태어난 서울대 법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난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부터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있다고 한다. 20세가 되는 자신의 아들과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시련 조급함 방황 직업선택과 취업 사랑 시간관리 대학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절실하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겠지만 자기계발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서울대라는 보이지 않는 승리감과 우월의식이 깔려 있지는 않은가하는 우려가 든다.
누구도 동시에 두 개의 길을 갈 수는 없다. 이력이 보여주듯이 그는 우리사회의 엘리트과정을 지나왔다. 그러기에 그가 본 것도 있고 보지 못한 것도 있다. 더구나 주로 학교의 울타리 안에 머물렀고 가르치는 대상도 유사한 학생들이어서 우리사회의 많은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대변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의 글처럼 시련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시련 없이 이룰 수 있는 성공이 어디 있을까. 어른들은 한 번씩 병을 앓고 나면 아이들이 컸다고 했다. 실패와 좌절을 통해서 인간은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간다. 성공적인 삶을 사는 이들뿐 아니라 곤핍한 이들도 시련을 통해서 사무치는 삶의 교훈을 얻는다. 청년의 때에는 실패와 좌절을 겪어도 만회할 기회가 있다. 주변에서도 관대하게 이해해 준다. 많은 시련을 겪는 것이 바른 방법을 체득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이라고 했단다. 어려서 일찍 뜻을 이루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하거나 지나치게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온전한 인격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인생이 어떤 것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크게 성공하는 것은 재앙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자기우월감과 교만,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청년기의 방황은 불안에서 오고 그 불안은 미래에의 불확정성에서 온다. 뒤집어보면 가능성이요, 바로 보면 시행착오고 수많은 시도이다. 더 나쁜 것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시도하지 않음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기는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을 출발도 하지 않고 시간과 젊음을 허비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의 때에 많은 것을 도전하고 체험하는 것이 자신의 길을 빨리 찾고 불안한 시기를 단축하는 길이다.
직업선택만큼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것이 있을까. 다수의 객관적 판단은 현재에 근거해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것을 택할 가능성이 많다. 그 선택은 철저히 개인적이어야 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더하여 현재보다 미래에 더 발전가능성이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인류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제 평생을 한 가지 직업으로 사는 시대는 아니다. 융합과 통섭의 길을 따라 가면서 평생을 배우며 살아가는 삶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길이다. 하지만 행복을 유보하고 사는 것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인생의 단계마다 성취해야 할 과업이 있고 그 시기가 지나면 누릴 수 없는 행복이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면 행복한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른다. 현재의 행복이 모여서 행복한 삶이 된다고 믿는다.
사랑도 청년기에 양보할 수 없는 것 중에 중요한 요소다. 평생의 반려를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찾을 수는 없다. 인간을 알아가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혹은 젊은 날에 학업과 자신의 일만큼이나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 인간관계를 익히는 것이다. 대학까지의 학교생활이 학업에 큰 비중이 있다고 하면 대학이후의 사회생활에서는 인간관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인간관계의 기본을 익힐 수 있는 장이 대학이라 하겠다.
시간관리는 평생을 두고 영향을 끼친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서두르기보다 방향을 잃지 않고 멈추거나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큰 힘을 발휘한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듯이 오랫동안 꾸준히 하면 일정 수준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 그 분야의 일인자는 어렵다 해도 전문가는 될 수 있다. 연장을 벼리는 지혜와 성실함으로 자투리 시간도 활용해서 우선순위를 따라 포기하고 끊을 것을 분명히 해서 시간낭비를 줄여야 한다.
글쓴이는 대학의 의미를 밝히며 더 많은 고민을 젊은이들에게 요구한다. 지나치게 근시안적여서 취직에 매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신에게 큰 의미가 없는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을 불안에서 오는 시간낭비로 본다. 자기브랜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대학에서 힘써 갖추어야 한다.
저자는 좋은 대학을 말하지만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좋은 대학은 없다. 모두의 착각일 뿐이다. 학생개개인에게 좋은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이 있을 뿐이다. 어떤 이들이 발언권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이른바 성공한 소수들이 발언권을 독점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일반화하면 공정성을 잃기 쉽다. 실패한 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묻히기 쉽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 그렇고 그래서 구태여 시간 들여 듣지 않아도 된다고 여길 수 있다. 실패한 당사자들도 내세울만하지도 할 얘기도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잘된 이들의 사례에서 얻을 것이 있는 것 이상으로 일을 일시적으로 그르친 이들에게 들을 것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시련을 겪을 때에는 더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위로와 격려가 된다. 잘 나갈 때는 더 큰 일들을 이룬 이들을 보면서 겸손과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교훈을 얻듯이. 먼 길을 고속도로로 달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가까운 길을 오솔길로 좌우의 꽃과 나무들을 살피며 거닐어 보는 것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아플 수 있는 것도 특권이다. 청년의 때에는 상처도 쉽게 아문다. 방황하고 비틀거리고 넘어져도 치명적으로 다치지 않을 시기이니 청춘이다. 가능성을 가지고 젊음으로 실패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것이 젊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