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외국어를 한 가지 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무엇이 좋을까. 영어는 너무 흔하고 요즘의 대세는 중국어인 듯한 데 성조를 생각하면 너무 힘들 듯 하다. 동북아에서는 그 다음은 일본어니 그것을 해보고 싶다. 왠지 조금은 만만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듯하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 삶에 영향력도 많은 반면에 배우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으니 익혀두면 유용할 것이다. 전에도 한두 번 시도해 봤지만 단기간에 그쳤고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가 보고 싶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를 생각하다 한 주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인 자극이 필요할 것 같아 매 주 한 시간씩 하는 곳을 찾아보았다. 요일도 맞추어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지장이 없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요일과 시간이 맞는 강좌를 찾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몇 해가 지난 프로그램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연락을 해 보았더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강좌였다. 그런데 전화속 안내자는 초급이 아니라고 한다. 들어볼 수는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렇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하느냐가 문제란다. 어찌하든 가보기로 했다. 부푼 마음으로 개강 일을 기다려 가보니 열 명의 수강생들이 모여들었다. 강사가 들어와 강의를 소개하고 책을 보여주니 세 명이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우르르 퇴장했다. 일곱 명이 새 학기 첫 수업을 들었는데 세 명은 기존에 하던 분들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한 분이 일본어로 된 긴 문장을 음성으로 보내면서 해석을 해 보란다. 다음날 온 문자를 보아도 모르겠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주가 지나고 조금은 주눅이 들어 수업에 참여했다. 지난 시간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빠졌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거의 없는데 다른 이들은 잘들 하고 있다. 제대로 따라 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실력이 없으니 눈치는 무척 늘 것 같다. 긴 세월을 눈치로 살아왔으니 그런 것은 자신이 있다. 차라리 처음 시작하는 반보다 좇아가야 할 목표가 있으니 좋을 듯도 하고 그래도 내가 할 만한 것이 언어가 아닐까 싶어 견뎌보기로 했다. 이제 내게 문제될 것이 무언가. 시험 보아 성적을 가릴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외국어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끈기 있게 오래 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믿고 있다. 일본어로 소설을 쓰거나 연설을 할 것이 아니니 어설프더라도 내 생각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수준까지만 가면 족하다. 그렇지 못하다 해도 그뿐이지 어려움을 겪을 일은 하나도 없다. 진전이 있는 만큼 내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요 삶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삶에 자극을 받는다. 같이 읽을 때도 어사무사하니 혼자 잘 읽을 수가 없다. 지도하는 선생님도 아직은 내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별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잠깐씩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긴 세월 영어도 배우고 학교를 마치면 어디에 쓸 곳이 있는지도 모르는 수학도 줄기차게 배워왔는데 그것들에 비하면 일본어는 콧노래 부르며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영어에 쏟았던 시간과 열정으로 일본어를 하면 원하는 목표를 넉넉히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더구나 이것은 스스로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니 더욱 효과적일 듯하다. 가끔은 외부적으로 동기부여를 받고 때로는 나 자신으로부터 채찍질을 받으며 내 가능성을 시험해 볼 일이다. 거의 백지 상태의 지식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삼으면서 다른 이들이 학습에 임하는 심리상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주에 한 문장씩이라도 확실히 외워서 내 것으로 삼으면 몇 년 지나면 기초적인 표현은 하겠다 싶었는데 벌써 네 주가 지났지만 한 문장도 완벽하지 못하다. 생각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론가보다는 실천가가 되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함께 하는 이들은 초보자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할 것이다. 누구도 대신하거나 도와줄 수 없는 것이 외국어공부이니 모든 것이 오롯이 내 몫이다. 저 앞에 달려가는 그들이 멀리 떨어져 좇아오는 나를 연민의 눈으로 돌아보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러한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함께 일본어를 배워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며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늦더라도 줄기차게 가보고 싶다. 긴 세월 가다보면 안 보이고 모르던 것들도 하나 둘 씩 그들의 정체를 드러내 보여주고 나와 친구가 되어 필요한 때에 나를 도와주리라 믿는다.
배우는 공간도 쾌적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둘러본 서가에 지역에 관한 많은 책들도 있고 문학에 대한 책들과 향토작가들의 작품집도 적지 않게 갖추어져 있다. 지역의 관심 있는 많은 이들에게 열려있는 평생교육의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나 또한 그 혜택을 받으며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