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야곱

며칠만 다녀오너라(리브가)

변두리1 2015. 8. 2. 09:11

며칠만 다녀오너라(리브가)

 

 

  에서의 태도가 나를 불안하게 한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고 가족들을 피하는 듯하다. 명랑하던 아이가 말 수가 줄고 우울해 한다. 어쩌다 마주치면 입을 씰룩이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 두지 않으리라고 하는 듯도 하다.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 나이니 수습도 내가 나서야 맞을 게다. 나 말고는 다른 누가 수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방법은 큰 아이의 마음이 누그러질 때까지 아이들을 잠깐 떼어 놓는 것이다. 큰 애의 성격상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길어야 세 달 넉넉잡아 반년이면 충분할 것이다.

 

  부엌에서 야곱과 이야기를 했다. 아이도 집안 분위기를 알고 있고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었나 보다. 에서 이야기를 하고 아무래도 며칠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자신은 어떻게 해도 괜찮은데 자기 때문에 화목했던 가정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죄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자신이 축복을 받고 후계자로 정해진 것이 문제라면 형에게 되돌려도 좋다고 했다. 그 말에는 정색을 하고 그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형보다는 네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그렇게 한 것이니 그런 얘기는 생각도 말고 입 밖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그 일은 내 판단일 뿐 아니라 부친도 모르긴 해도 축복하기 전 어느 순간엔가는 작은 아들인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하니 자신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께는 가나안 여인이 아닌 하나님을 섬기는 외가에서 며느리를 고르기 위해 보내자고 설득을 할 것이니 우선 외가에 가서 며칠을 있자고 했다. 아들을 믿고 보낼 수 있는 적당한 곳이 친정밖에는 없었다. 그곳은 나와의 옛정을 보아서라도 아이를 잘 돌봐 줄 것이다. 야곱도 이제 어디를 가도 모든 면에서 제 앞가림은 확실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공연히 밥만 공으로 축내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에게 요 며칠간 내가 느낀 집안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남편도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자신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자칫하면 가정에 분란이 생기고 두 아들 사이가 영 틀어지게 생겼다고 걱정하면서 야곱이 이제는 가문의 후계자니 배필로 가나안 여인은 안 되고 하나님을 섬기는 이들은 처가이자 종친인 하란밖에 없으니 이 참에 야곱을 그곳으로 보내어 아내를 구해오도록 하자고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고 현재의 불편함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주저하면서도 허락을 해 주었다. 내가 시조부의 충성된 종 엘리에설을 따라 이곳에 올 때처럼 결정을 했으면 머뭇거릴 일이 아니었다. 그 밤에 야곱을 불러 간단한 짐을 챙겨 날이 밝으면 곧 떠나라고 했다. 놀라면서 그렇게 빨리 떠나야 하느냐고 했다. 며칠이면 될 것이고 형이 마음이 풀리면 곧 연락을 할 것이니 쉰다고 생각하고 갔다 오라고 했다.

 

  집을 떠나본 적이 별반 없는 야곱은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가 보다. 간단한 짐을 챙기고 일찍 자두라고 했음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눈치다. 나도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아이의 방에 가서 외가에 가면 어떻게 하라고 사전 교육을 시켰다. 아이 얼굴이 핼쑥하고 부스스하다. 함께 아침을 먹는 남편의 모습도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침상을 치우고 남편의 당부가 이어졌다. “잘 해준다고 해서 함부로 하지 말고 할 일이 있으면 찾아서 하고 놀지 마라. 이해가 안 돼도 어른들 시키는 대로 해라. 여인들 중에서 아내될만한 이가 있는지 잘 살펴서 허락을 얻어 함께 올 수 있도록 해라등의 꼭 필요한 몇 마디를 하고는 떠나는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기도의 내용과 간절함에서 하나님을 향한 강한 신뢰와 자식에 대한 염려를 읽을 수 있었다. 아이가 남편과 나를 앉히고 큰 절을 하면서 잘 다녀 올 테니 걱정 마시고 그동안 건강하시라고 작별의 인사를 했다.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아이가 괴나리봇짐을 메고 집밖을 나서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멀찌감치 가다가 한번 흘낏 집을 향해 돌아본 듯하다. 남편은 끝까지 지켜보지도 못하고 큰 기침을 한번 하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이가 떠나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뒤숭숭하고 불안하다. 빠르게 걸어도 보름은 족히 걸릴 초행길에서 혼자서 넘어야할 어려움들은 얼마나 많을지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온다. 낮은 그런대로 견딘다고 하고 밤이 되면 잠자리는 어떻게 해결을 할지 먹는 것은 또 어떨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으니 하나님께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부엌에 여전히 있을 것 같고 아이 방에서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고 세상 넓은 것을 체험해 보아야 하니 차라리 잘 된 일일 것이다. 부모 품도 떠나 봐야 하고 집과 고향도 멀어져 보아야 한다. 찾아 가 기댈 곳도 분명하고 스스로 해결 할 일도 있다. 나이도 있고 침착한 아이니 매사 잘 처리할 것이다. 그 분을 신뢰하며 얼마간만 잘 참아라.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