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머니》를 읽고
《꽃할머니》를 읽고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 단체-
1. 권윤덕은
1960년 경기도 오산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식품과학과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을 졸업했다. 미술을 통한 사회참여를 하다가 1995년 『만희네 집』을 출간하며 그림책 작가로 나섰다. 《꽃할머니》는 2007년 6월에 출간했으며 많은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 작가는 ‘위안부’할머니들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50이 되어서야 그림책으로 내 놓는다고 했다. 스케치 과정부터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고백하고 있다.
2. 글 내용은
1940년 심달연 할머니는 언니와 함께 열세 살에 일본군에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군인들은 떠나고 꽃할머니는 버려진다. 그 후 20년 동안의 삶을 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한다. 누군가 고국으로 데리고 들어와 절에 맡겨졌다가 불공을 드리러 절을 찾은 여인이 언니임을 예감하고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준 덕에 그 동생이 죽고 난 후에 정신이 돌아왔다. 고향을 찾았지만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반겨줄 사람이 없었다. 50년의 세월이 흐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제기되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가 23년 째 수요일마다 외롭게 전개되고 있다. 할머니는 동생의 손자와 함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계신다고 한다.
3. 읽고 나서
심달연 할머니는 열세 살의 나이에 언니와 함께 일본 군인에게 차에 태워져 끌려갔다. 이것은 명백히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蠻行)이며 악이다. 어떤 사기업도 군대를 이용할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가 4만에서 30만에 이르고 그 중 80 - 90%가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 이었다고 하니 32,000 - 370,000명에 이를 수 있는 엄청난 인원이다.
국가의 이름으로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식민지의 사람들과 자원을 강탈한 것이다. 누구도 국가라는 명분을 빌지 않고는 하지 못할 일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의 결정과 집행을 국가라는 미명으로 군중심리를 따라 집단이 되어 거악(巨惡)을 행한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어느 누가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이 일을 주도적으로 집행한 일본국가가 근본적인 잘못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도 전혀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같은 민족이요, 국민이 그토록 어려움을 당했는데 70여 년이 흐르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해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의 사명을 망각했거나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격하게 말하면 국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동안 뜻있는 이들과 시민 단체들, 그리고 피해자들이 나서서 외로운 투쟁을 해왔다고 한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힘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도 풀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다. 머뭇거릴 시간이 조금도 없다. 그 분들의 한(恨)이자 민족의 한이요 자존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최근의 몇 년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에 대해 생떼를 쓰고 있다. 게다가 군국주의 망령을 다시 불러내려 온갖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셈이지만 당장으로는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고 불필요한 곳에 국력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모든 면에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저들이 운신(運身)할 수 있는 폭을 좁혀서 같은 지구상에서 살아가려면 정도(正道)로 행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힘을 효과적으로 모으고 우리의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