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를 읽고

변두리1 2015. 6. 22. 11:42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를 읽고

 

 

  누구나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며칠 앓고 죽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노년에 질병을 가지고 평균 8년을 앓다가 죽는다고 했다. 우리사회는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건강이 좋아지면서 평균수명 100세를 외치는 초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구구팔팔이삼사를 목표로 열심히 사신다.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고 죽자()는 구호다. 희망처럼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저자의 아버지는 여든여덟 살이던 해에 병이 들어 아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 삼 년 반의 세월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한다. 감정의 출렁거림을 가능한 자제하고 겪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환자나 가족이 대부분 처음으로 당하는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의료계와 정부 관계기관에 그리고 가족들과 미래의 환자가 될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하고 부탁도 한다.

 

  자본주의는 노화와 질병 그리고 죽음이라는 삶의 마지막 부분에도 여지없이 파고들어 커다란 영향력을 과시한다. 돈벌이가 될 만한 곳에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사회에도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성업을 누리고 있다. 저자는 많은 요양병원이 노인환자들의 수용소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환자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곳, 그럼에도 자녀들과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실상이 어떠한지를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다수의 요양병원이 순수한 사명감으로 운영되고 관계자들이 노년의 환자들을 자신들의 친부모처럼 대한다고 믿고 싶다.

 

  저자는 노년의 환자들이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익숙하고 정겨운 공간에서 깊은 유대관계를 가진 이들과 온전한 지각을 가진 채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 땅의 삶을 마감하는 것이 행복할 거라고 얘기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문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바쁘고 자신들의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아프지만 시간대신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자녀들도 병든 노년의 부모들이 어떻게 관리될 것인가를 염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간병인들의 노고도 잘 알고 그들에게 고마워하며 연민을 나타내고 있다. 그 마음의 표현으로 저자는 이 책을 누군가를 대신해 외로운 병자를 돌보고 있는 세상의 모든 간병인들에게 바치기로 한다.”고 적고 그들 모두에게 힘과 평안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 급격히 허물어진 아버지로 인해 삶과 노화와 질병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객관적 배움과 마음의 가르침을 얻었다고 하면서 그것이 아버지가 저자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노화와 질병과 죽음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겪어야 할 이들은 물론이고 그들로 인해 마음 아파하고 당황하고 힘들어 해야 할 가족들과 젊은이들 모두가 귀 기울여 한번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