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생각

땅이 뒤집히다니…

변두리1 2023. 4. 17. 18:10

땅이 뒤집히다니

 

지난 26일 새벽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걸쳐 진도 7.8, 7.5에 이르는 강력한 지진이 수차례 발생해 피해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형편이다. 건물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그 안에 매몰되어 도시 자체가 사라진 것과 같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사망자와 실종자, 파손된 건물을 헤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간은 한 사람이 자신일 때는 전체일 게고 자신이 살던 집이 무너졌다면 모든 건물이 파괴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자연재해, 그 중에도 지진은 그 급작스러움과 지속적인 공포로 인간의 의지를 꺾어놓는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그곳이 지진에 취약한 불의 고리였음이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지각 판의 이동으로 안전한 곳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곤 한다. 절대 마음 놓지도, 안심도 말라는 경고처럼 수시로 인류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듯한 지진이 너무 두렵다.

이제는 지진에 안전지대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도 결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없을 게다. 사후약방문처럼 발생 후에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되 돌이킬 수 없는 허망한 일이다. 세계 각국에서 구조대를 긴급파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200여명의 구조대를 보냈다. 추가로 구조대를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인류애의 발현이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모른 채 해서야 되겠는가. 희생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복구가 빨라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 그곳이 지진 발생이 많을 수밖에 없는 불의 고리라는데 언젠가 불행이 닥칠 가능성이 그렇게 크다면 당연히 그곳에 사는 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자연이 되살아나 숲이 우거지게 하든지 밭이나 관광지가 되도록 하여야 하지 않는가. 나라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할 일이라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재앙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에 사용하라고 국가에 강제 권력을 주는 것이리라. 국민들을 위해 꼭 사용할 곳에는 쓰지 않고 개인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옳지 못하게 사용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위험물 가까이에는 진입을 금지하고 개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만큼 위험한가를 정도를 따져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어디에서도 만나게 되는 자본적 논리를 여기서도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위험하기야 하다지만 미래의 일이고 현재가 아닐 때 오늘이 곤궁한 이들이 그곳을 외면하기가 어찌 쉬울 리 있으랴.

당장 눈앞에 크고 탐스러운 떡을 어찌 내일의 행복을 위해 취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을 게고,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소문도 돌게 될 게다. 하지만 길지 않은 기간을 두고 부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재해에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설득하면 결국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지 않으려나.

인류의 지식이 점점 정교해지고 양이 확대되면 지구와 재해의 비밀이 우리 앞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리라. 지하와 해저에 대한 움직임을 잘 알게 될수록 대처하는 방법도 촘촘하고 세밀해 갈게다. 더 먼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대비기간이 짧아지고 건축기술과 자재가 더 발달하면 지진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시기를 맞게 될 수도 있을 게다. 문제에 대한 답이 반드시 하나인 것이 아니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하나의 방향으로만 접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강 건너 불 구경은 아니라 해도 한 치 건너 두 치라는데 그 지역에 사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고 지진과 자연재해만을 평생 연구하는 이들은 또 얼마일 것인가? 더구나 그 지역에서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이들과 공학대학의 연구진들도 쉬지 않고 매진하고 있으리라.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영하의 날씨에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노상에서 불을 피우기도 한다는데, 무너져 내린 잔해더미 속에서 때론 소리가 나고 구조하러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는데, 무너질까 접근하지 못하고 장비가 없어 손으로 파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품어보는 얕고도 짧은 생각이다.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신생아가 구조되어 살아나오고 소년 소녀가 할아버지가 구조되어 지상으로 나오고 함성과 박수소리가 전파를 타고 쏟아진다. 얼마나 감격적일까! 더구나 당사자라면 더 말해 무엇 하랴. 인류애와 양식을 가진 이들이 재난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장비와 인공지능 도구들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 생존자를 찾아낼 수 있는 작지만 고도의 기능을 지닌 로봇을 만들고 해상이나 지하에서 재난을 당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탐색장비와 사람보다 몇 십 배의 힘을 쓸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면 좋겠다.

우주를 가는 시대에 후진적 재해를 만나 눈 뜨고 빤히 보면서 구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가? 우선순위에 밀리고 수요가 적으니 경제성이 없다는 것 아닐까. 평소에는 천덕꾸러기 같아도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그런 기구들을 연구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공감하기 어려운 일과 분야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기보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다소 많은 경비가 사용된다 해도 반대할 이는 많지 않을 게다. 그게 대의명분이 보다 분명하나 일이기 때문이다. 추위 속에 인명구조에 고생하는 각국의 구조대원 분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