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운동(9. 이〔齒〕)
머리 운동(9. 이〔齒〕)
이〔齒〕의 역할은 명확하다. 주 기능은 음식물을 씹어서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고 보조 기능은 얼굴 특히 입주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자신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현대로 올수록 보조 기능이 강조되어 치열(齒列)을 고르게 교정하고 미백효과(美白效果)를 더하기도 한다. 육지의 맹수들이나 바다 동물들의 이빨을 보면 공격용 수단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그러한 용도는 극히 드물고 제한적이다.
이〔齒〕를 흔히 오복(五福)의 하나라 하지만 주관적인 평가라 하겠다. 전통적으로 오복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일컫는 것으로 서경(書經)에 명시되어 있다. 한 문장으로 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부자로 오래살고 덕을 좋아하다 순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삶을 관통하는 요소가 건강이니 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물의 섭취고 건강한 치아다.
서경이 오래된 중국 것이어서 우리 정서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주변에 회자되는 치아가 포함된 오복은 건강한 치아, 많은 자손, 좋은 배우자, 넉넉한 재산, 명당자리다. 서경의 오복이 개인중심이라 한다면 저변의 오복은 조금 더 가정적인 것 같다. 현대인에게 오복을 새롭게 정의하라 하면 재산, 건강, 배우자, 친구, 좋아하는 일(취미)를 꼽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건강에 치아가 중요함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게다.
겪어 보니 통증 중에 참기 어려운 것이 치통(齒痛)이다. 내가 체험하지 못한 고통이 많을 테고 그것들을 경험하기 원치 않거니와 다른 병원은 미루고 버틸지 몰라도 치과는 그렇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를 빼야하거나 사랑니가 생살이나 옆에 이를 뚫고 나오는 것은 버틸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개인적 짐작으로는 치아는 관리도 중요하지만 유전 혹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모든 부분이 건강하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약한 곳이 있다. 나는 그런 부분이 많은데 소화기관과 눈과 치아가 대표적이다. 내가 의지하는 성경은 “약할 때 강하다”, “약함에서 내 은혜가 온전해진다” 고 하고 무병단명(無病短命)이요 일병장수(一病長壽)라는 말도 있는데다 골골하며 팔십을 산다고도 하니 하루하루 조심하며 살아볼 일이다.
이〔齒〕는 운동이라기보다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건 칫솔질이다. 권장하는 것이 “333 칫솔질”이라고 하는데 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 3분 정도 칫솔질을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와 이 사이에 음식물이나 세균이 있으면 부식되기 쉬우니 가능한 그것들을 없애주는 게다. 치아를 무리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쓸데없는 호기를 부려 이빨로 병뚜껑을 딴다든가 하는 일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치아에 이상이 생기면 곧 바로 살펴 치료하는 일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치아가 상하면 일상생활이 무척 불편하다. 나이가 들면서 치아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니 평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齒〕를 사용하는 운동은 무엇이 있을까?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을 깨고 견과류를 먹었다. 이〔齒〕 아낀다고 씹을 필요 없는 것들만 취하는 것도 옳지 않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 기능을 녹슬게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질긴 것도 문제지만 적당한 강도의 저작이 치아를 튼튼하게 유지해 줄 것이다.
겨울에 날씨가 추우면 윗니 아랫니가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낸다. 의식적으로 이들을 부딪치는 것이 운동이 될 수 있다. 알맞은 자극을 주어 긴장을 유지하게 하는 게다. 이런 치아운동 방법을 고치법(叩齒法)이라 하는데 턱과 두뇌를 적당히 자극해 두뇌의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치법도 무리하면 치아가 깨질 수 있다고 한다.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하지 않음만 못하니 부디 조심할 일이다.
프로 야구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껌을 많이 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긴장한 채로 이를 꽉 깨물게 되는데 그러한 때에 치아의 마모를 막기 위해 껌을 씹는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 껌을 씹는다는 게 가능하다.
몸이 마비되어 언어 기능이 약해진 이들을 주변에서 가끔 본다. 신체 기능을 회복해도 언어 기능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데 흔한 것이 명확하지 못한 발음이라고 한다. 그런 어려움을 겪은 이가 하는 말을 들으니 자신보다 먼저 같은 어려움을 당한 이가 해준 충고가 껌을 계속해 일삼아 씹으라는 것이었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계속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있어 불편이 없을 정도로 기능을 회복했다고 한다. 껌을 씹는 것이 치아 운동이니 그 중요성과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도시에 병원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 치과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의과대학에서 치대는 분야도 많고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치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만큼 치과를 필요로 하는 고통을 겪는 이들, 치아 관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게다.
어린 시절 유치가 아닌, 영구치는 다시 나지 않으므로 활력과 품격 있는 삶을 위해 오늘 치아를 소중하게 관리하고 돌보는 일이 모두에게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