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운동(7. 코)
머리 운동(7. 코)
코의 기능은 숨쉬기와 냄새 맡기다. 코가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콧물감기가 심하게 걸리면 바로 알 수 있다. 입을 벌려 숨을 쉬어야 하고 향기도 맡기 어렵다. 코는 이런 기능적인 면보다 관계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 코는 귀 입 눈과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고, 얼굴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어 감출 수 없다. 얼굴을 보면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코다. 유대인들의 매부리코나 서양인들의 높고 뾰족한 코와 동양인들의 낮고 넓적한 코에서 받는 느낌이 현저히 다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코가 만만치 않은 존재임은 분명하다.
한자의 자(自)가 원래 코를 나타내고 자기(自己)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것에 ‘시작과 출발’의 뜻이 있으니 코가 인식과 인상의 출발일 수 있겠다. 자(自)가 그 본래의 의미를 빼앗기자 전(田)과 공(廾)이 합쳐진 비(畀)자가 더해진 비(鼻)로 코를 나타내게 되었다.
“콧대가 세다”, “콧대를 꺾다”에서 보듯 코는 자존심을 상징한다.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는 표현도 쓴다. 자존심이 너무 강하거나 약한 것이 모두 문제가 된다. 코도 적당한 높이가 좋다. 콧구멍이 크면 호흡량이 많다고 여겨 오랜 시간 운동을 하는데 유리하다는 속설도 있다. 어린 시절 개구쟁이들이 싸움을 하다 코에 한방 맞아 코피가 나면 위축되고 진 것으로 인정되었다.
성경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이 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지에는 전투에서 져 코를 베인 순우경이라는 장수가 나온다. 그 수치심은 감당하기 극히 어려웠을 게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늘어났다는 피노키오 이야기도 있다. 모두가 머리 특히 개인을 인식하는 얼굴부분에서 코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코골이다. 여럿이 함께 지낼 때 낮과 밤의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면이다. 밤을 지내야 할 때 방을 나누는 기준도 되어 코고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로 나누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이 코를 고는지 모르는 이도 있다. 뜻밖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바뀐 환경에 더하여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다.
코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얼굴의 주요부분을 이목구비라 하는데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많고 다양하다. 비염과 축농증 감기 같은 대표적 질병이 있고 두통과 중이염 악취를 동반하기도 하고 입으로 호흡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신뢰감과 존경심, 좋은 인상을 해칠 수 있다.
코를 사용해 할 수 있는 운동은 무엇이 있을까? 코는 얼굴에서 돌출되어 있고 비교적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 여러 모양으로 행할 수 있다. 코를 자존심으로 생각해 높여보거나 낮게 해 보자. 엄지와 검지 혹은 중지까지 합세해 코끝 조금 아랫부분을 잡아 높이고 낮추어 보는 것이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야지’,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 해보면 더욱 좋을 게다.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두세 번으로 만족하자.
졸리거나 긴장이 될 때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어 보라. 상황이 허락하면 시간을 재가면서 해보면 흥미를 더할 수도 있겠다. 네다섯 번으로도 의도한 성과를 내 수 있다. 자주 하는 것으로 숨을 참아보는 방법도 있다. 가능한 숨을 가득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참아 보는 게다. 눈치 볼 필요가 없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아예 손바닥으로 코를 막고 숨을 참다가 서서히 내쉴 수도 있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 한 곳에 집중하기는 어려우니 집중을 요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실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눈과 눈 사이로부터 시작해서 치아 위 곧 콧방울 옆면에 이르는 굴곡지고 딱딱한 부분을 눌러주거나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것도 피로를 풀고 기분을 전환하기에 적당하다.
할 수 있다면 꽃이 핀 곳을 찾아가 기분 좋은 향기를 맡아보는 것도 좋겠다. 향기로 병을 치료한다고도 하니 좋아하는 향기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좀 더 일상적으로는 적당한 향기가 있는 차를 따듯하게 준비해 코로 향을 음미하고 천천히 마셔 몸과 마음에 안정과 활기를 줄 수도 있다.
코를 이용해 남을 무시하고 차갑게 대할 수도 있다. 타인의 호소에 코도 들썩하지 않기도 하고 다른 이의 의견제시에 ‘흥, 흐’ 정도로 콧방귀를 뀔 수도 있다. 이렇게 무시나 아니꼽다는 반응을 접하면 쉽게 잊히지 않아 언젠가 반드시 되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
기분이 좋을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리듬감이 있어 잘 하면 더 좋지만 맞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콧노래는 아무도 없을 때 혼자 하는 일이 많아 흉볼 사람이 없으니 그런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코를 진지하게 자세히 살펴보면 생활과 생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몸에서 무시해도 되는 부분은 없다.
몸의 각 기관이 제 할 일을 충실히 하고 불편이 없을 때에는 그 부분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그런 게 있기나 한 건지 제대로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낸다. 오히려 문제가 생기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온 몸의 신경이 그곳으로 향해 그 부분이 관심을 받고 그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늘어난다. 우리 몸에 어떤 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한 평생을 살아도 좋겠다. 거울을 볼 때 이제 코에도 관심을 갖자. 코 주변을 자극하고 좋은 향기 있는 곳에도 가 코를 즐겁게 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