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레미제라블

변두리1 2022. 2. 14. 11:45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가 쓴 원작은 다섯 권이라고 한다. 대개의 고전이 그렇듯이 안 읽고도 읽은 듯하다. 줄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만화와 어린이용으로 읽고 300여 쪽 분량의 단권을 다시 읽었다. 웬만해서는 다섯 권 분량의 책을 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으로 그의 나이 사십대 전반에서 오십대 후반에 이르는 16년 동안 기록한 소설이다. 제목이 불쌍한 사람들이듯 어려운 현실을 살며 피어나는 인간애를 진하게 느끼게 한다.

빵 하나를 훔치고 일이 잘못 되어 19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출옥해 삭막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간의 돈은 있지만 아무도 그에게 먹을 것이나 잠자리를 내 주지 않는다. 전과자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경원시해 장발장의 마음은 세상에 대해 싸늘해져 간다. 주린 배를 안고 하룻밤 잘 곳을 얻지 못하던 그는 미리엘이라는 선한 주교를 만나게 된다. 믿어주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준 주교에게서 그는 은그릇을 훔쳐 달아나다 헌병들에게 잡혀 온다. 그를 향해 왜 은촛대는 두고 갔느냐는 주교의 한 마디에 자유의 몸이 되고 한없는 신뢰를 체험하며 새 사람이 되기를 결심한다.

그가 흘러들어간 도시가 몽트뢰유였다. 시청에 난 큰 화재에서 헌병대장의 두 자녀를 구해내 그 후로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었고, 그 도시의 산업에 큰 기여를 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자선사업에 힘써 시장이 된다. 마들렌이란 이름으로 선정을 베풀어 명성을 얻는다. 출옥 후 실수로 저지른 죄로 수배자가 된 그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지만 자베르란 경사는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장발장을 계속 추적한다. 마들렌 시장이 어느 날 아침에 짐수레에 깔린 불쌍한 노인 포슐르방을 초인적인 힘으로 구해준 것이 자베르에게 그가 장발장이란 의심을 심어준 결정적 계기였다. 불쌍한 여인 판틴을 만나 시장으로서 도움을 주면서 그녀의 딸 코제트에 대한 눈물겨운 사연과 간절한 사랑을 듣는다. 죽어가는 여인에게 딸을 만나게 해주려는 도중에 누군가 장발장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될 것을 듣고는 재판정으로 달려가 자신이 장발장임을 밝히고 다시 죄수의 몸으로 돌아간다.

바닷가에서 노역 중이던 무기수 장발장은 해군의 함정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있는 선원을 구하고 바다에 빠진다. 신문들은 그의 죽음을 알리지만 그는 탈출해 불쌍한 여인의 딸 코제트를 만난다. 악질 테나르디에부부에게 혹사당하던 코제트를 그들에게서 구해내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를 찾아낸 자베르에게 다시 쫓기게 된다. 자신이 구해주었던 노인 포슐르방의 도움으로 수녀원에 들어가 그곳에서 몇 년을 지내다 코제트를 장래를 위해 수녀원을 나온 후 그들은 자베르의 눈을 피해 장소를 옮기며 살던 중 숙녀가 된 코베트와 외조부와의 불화로 혼자 지내는 법학도 마리우스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워털루 전투에서 죽어가는 이에게서 금붙이를 탈취하던 테나르디에를 자신의 은인으로 오해하고 그에게 보답하라는 유언을 아들 마리우스에게 남긴다.

마리우스의 눈앞에 장발장을 해치고 돈을 빼앗으려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악행이 드러나고 그 현장에 자베르와 경찰들이 개입한다. 자베르를 본 장발장은 다시 거처를 옮기고 마리우스를 흠모하는 테나르디에의 딸 에포닌이 코제트의 거처를 마리우스에게 알려준다. 그들의 사랑이 깊어갈 때, 위기를 느끼던 장발장은 누군가로부터 이사 가라는 쪽지를 받고 급히 영국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절망한 마리우스는 외조부에게 결혼허락을 요청하지만 거부당하고 혁명의 물결에 휩쓸린다. 정부군과의 극한 대치 속에 몰래 일들을 꾸민 에포닌이 마리우스에게 순정을 고백하고 죽고,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알게 된 장발장은 혁명의 현장에 나타나 마리우스가 속한 시민군 편에 큰 공을 세운다. 그곳에 파견된 자베르가 시민군에게 잡혀 처형당할 순간에 장발장은 그를 자신이 처단하겠다고 끌고나가 풀어주고 하늘을 향해 총을 쏜다.

정부군에게 시민군이 궤멸을 당하는 순간,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은 마리우스를 장발장이 들쳐 메고 파리의 하수도를 통해 탈출한다. 천신만고 끝에 하수도 출구에서 다시 테나르디에를 만나 소유한 돈을 주고 탈출하지만 다시 자베르를 만난다. 간청을 해 마리우스를 외가에 데려다놓고 코제트에게 연인이 부상은 당했지만 살아있음을 알리고 나서 재수감되려 하지만 그를 체포할 자베르는 장발장이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이 또한 장발장의 사정을 들어주며 직무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인생관의 혼란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 쎈 강에 투신한 이후여서 자유로워진다.

부상당한 외손자 마리우스를 돌보며 코제트와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 외조부가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결혼을 허락한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신혼부부에게 장발장은 사업이 번성할 때 비축했던 거금을 내어준다. 행복한 신랑 마리우스에게 장발장은 자신의 과거를 밝히고, 마리우스는 고민에 빠진다. 마리우스는 점차 장발장을 꺼리고 그가 준 거금도 깨끗하지 못한 돈으로 여긴다. 코제트가 삶의 유일한 기쁨이었던 장발장은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게 되고 몸은 점점 약해져 병들어 죽어간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테나르디에는 마리우스에게 장발장의 비밀을 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지만 오히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마리우스는 장발장에 대한 모든 오해를 풀게 된다. 그가 자베르를 죽이지 않았으며 선한 시장 마들렌이 다름 아닌 장발장이었고 거금도 사업을 통한 정당한 수익이며 무엇보다 죽음의 위기에서 자신을 살린 이가 장발장이었음을 알고 코제트와 함께 그에게 달려간다. 장발장은 죽음을 앞둔 순간에 그들 특히 코제트를 볼 수 있게 됨을 기뻐하고 마리우스가 자신을 이해하게 된 것을 고마워한다.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안타까워하는 동안에 장발장은 그들에게 행복하게 살기를 거듭 부탁하고 평안히 숨을 거둔다.

사람들의 삶에는 늘 사랑과 오해와 슬픔과 기쁨이 복잡하게 얽히는가 보다. 읽는 동안에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서로를 향한 사랑이 빼어난 외모에 반한 것 같아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지 못한 현실의 많은 이들에게 허망함을 주기도 하고 외모가 그토록 중요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도 있을 듯하다. 인간에 대한 많은 생각과 짙은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