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터뷰

수해를 당한 이들을 향한 위로

변두리1 2020. 9. 17. 20:37

수해를 당한 이들을 향한 위로

 

오늘은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요 위로자라 할 노자선생님과 물에 관해 몇 마디 나누려 합니다. 제가 무척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환영해주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뵙게 되어 너무도 영광입니다.

물 한 잔 줘요. 벌써 목이 마르네.

해마다 인류가 수해를 당하는데 좋은 방비가 없는 건가요?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여야지, 하늘과 싸워 이길 수는 없어. 물이 피해만 주는 건 아니잖아. 물과 불은 사람살이와 뗄 수 없어. 그러니 오행, 요일이름, 가까운 별이름에도 다 들어가 있잖아. 식물들 커서 열매 맺는데 꼭 필요한 게 햇빛과 물이야. 집터 잡는데도 젤 중요한 게 물이고.

재해를 천재와 인재로 나누지요, 어떻게든 인재는 막아야지요.

그래서 댐 만들고 축대 쌓고 산림 정비도 하는 거지.

그런데도 왜 해마다 수해가 반복될까요?

그걸 누가 알겠어? 하늘 뜻이지.

좀 애매하면, 하늘 핑계를 대시네요, 노자 어른께서.

내가 본래 똑똑한 사람은 아니야. 자연의 이치를 존중하며 사는 사람이지. 명확히 모르면 하늘 뜻이라 하는 거야, 자네도 정확히 모르잖아?

, ! 선생님, 노자하면 누구나 지혜를 떠올려서요.

 

큰 비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피해야지. 살아만 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어. 폭우도 하루 종일 쏟아지지는 않아. 생명이 제일 소중한 거야.

수해는 너무 힘들어요. 정말 막막해요, 그땐 어떻게 해야죠?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이들이 도와야지. 수해를 당한 이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도움을 받는 거고. 살다보면 또 그 은혜를 갚을 때가 와요.

그런 모습이 인간사회가 약육강식의 자연계와 다른 점이죠?

다른 생명체도 서로 돕고 살아, 왜 공생이라고 하잖아. 서로 다 연결되어 있는 거야. 혼자만 살려하면 자신도 죽어.

물과 불을 떠나서 인간이 살아갈 수 없어요, 이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요?

참 멍청한 질문이네, 좋은 관계를 가져야지, 좋은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조심스레 사는 거야. 그걸 벗어나면 문제가 생기지. 왜 서양신화에 이카루스 나오잖아, 그걸 생각하면 돼.

해마다 수해를 겪는 것 같아요, 좀 쉽게 지나갈 수 없을까요?

마음을 키워야지, 비 안 오면 문전옥답도 사막처럼 될 거야. 전 지구적으로 보면 비가 와야지. 심한 말일 수 있는데 그런 게 역동적인 게야. 세월 지나 돌아보면 평범한 건 기억 잘 못해. 그런 일을 겪으며 공동체가 서로 얽히고 하나임을 확인하며 끈끈해 지는 거지.

 

조금 벗어난 얘기지만 선생님께 물의 덕을 여쭙지 않을 수 없어요, 한 말씀해 주세요.

여러 사람이 다 한 말을 왜 내가 또 해? 책 보면 다 있는 걸.

그건 선생님께 들어야 진짜지요.

이 시대를 생각한다면 더러움을 씻어내고 낮은 데로 흐르는 게 물이지. 막히면 기다리고 돌아갈지언정 다투지 않고, 어떤 그릇에도 꼭 맞는 모습으로 채우는 넉넉한 융통성이 있어. 그러니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거지.

그런 좋기만 할 듯한 물에 큰 해를 입으니 더 고통스럽지요.

착하고 힘없어 보이는 민초들의 거대한 힘과 같은 거야, 늘 말없고 힘없어 보여도 그들이 분노하면 세상이 뒤집히잖아. 그 힘으로 인류의 역사가 한 걸음씩 내딛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 때에 피해가 나기도 하네요.

모든 일에 원리는 비슷한 거야. 다산선생이 거하던 곳 이름이 여유당(與猶堂)이지. 겨울 개울을 건너듯 조심스럽게, 사방을 두려워하며 신중하게 살아가라는 뜻이지. 오늘날 특히 각 분야에서 가진 이들, 힘 있는 이들이 그렇게 살면 좋겠어.

분위기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뻔했어요.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수해 당하신 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모두 고맙습니다.